11월의 경기|김만제<한국개발연구원장·경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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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번 10월의 경기동향을 보면 우리경제가 4·4분기인 지금에 와서 불황의 거의 밑바닥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세계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연율 15%의 놀라운 성장을 기록하였으나 이 속도가 하반기에는 현저히 둔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74년도에는 연간 GNP 성장이 10%선에 달할 것이나 이를 분기별로 보면 1·4분기에 연율17%, 2·4분기에 14%, 3·4분기에는 9%, 4·4분기에는 연율 4%로 감속추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해 4·4분기의 통화공급이 상당히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내년 1·4분기에는 GNP 성장이 6∼7%선까지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이번 불황이 해외수요의 부진으로 섬유·합판·전자부문 등 수출산업의 위축에서 시발되었기 때문에 우리 경기는 해외경기의 회복속도에 좌우되겠으나 그렇다고 정책적으로 내수의 진작이 전면 불가능한 사태는 아닐 것이므로 지금의 불황이 심화되거나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최근의 국내외물가동향으로 보아도 경기회복의 소지는 어느 정도 조성되어 있다. 국내물가압력은 가동률의 저하와 국제상품시세의 하락을 반영하여 양곡이나 공공료 율의 현실화요인을 제외하면 크게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실정이다.
수입에 있어서도 그 동안의 원자재비축, 가격의 하락 등으로 앞으로 현저히 증가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말해서 국제수지의 사정이 정상적인 성장촉진을 불가능케 할만큼 긴박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런 불황 기에는 우리가 호경기 하에서 미루어오던 많은 일들은 적극추진 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 때문에 이 방향으로 우리 모두가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보다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를 늘리고 부족한 서민주택을 짓는다든지, 앞으로 예상되는 호경기에 대처하기 위한 시설개체,「에너지」개발과 중화학공업의 추진, 교육·과학진흥 등 국민경제가 필요로 하는 견실한 지출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
우리에게 불황극복을 위한 장벽이 있다면 이는 오늘의 불황을 이겨낼 수 있는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경우일 것이다. 정부나 기업이 오늘의 비관적인 해외경기의 전망으로 말미암아 속수무책이라는 태도가 널리 번져 있을 때 우리는 불황의 심화를 자초하게 된다.
지금의 세계경기가 철강·석유화학·기계류의 무역과 투자가 비교적 호조를 보이고 소비재인 섬유·합판·전자 등이 상대적으로 타격이 심하다면 이는 곧 다음의 호경기 때는 우리 나라 수출이 호조를 보일 수 있는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때까지 시간을 버는 일이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계적인 자원파동과 불황을 맞이하여 다른 어느 나라보다 불리한 여건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과 지혜를 발휘해야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각오를 새로이 해야 할 것이다.
이는 곧 정부의 정책운영능력, 기업의 관리능력, 가계의 생활지혜와 직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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