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산 정상까지 잘라내 아파트라니...

조인스랜드

입력

"야트막한 야산 정상을 잘라 바닥까지 움푹 파내고 21층 높이의 아파트를 짓는 일이 가능할까요."

경기도 고양시 주교동 고양시청 뒤 마상 근린공원과 맞붙어 있는 해발 100여m 남짓한 야산에서 실제 이런 일이 벌어져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사업승인과 공사 현장=이런 기이한 현상은 시(市)가 마상 근린공원과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사이에 끼여 있는 주교동 380의 4 야산 4천80여평에 조합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지난해 8월 ㈜W건설에게 주택건설사업을 승인해 줬기 때문이다.

W건설은 이에 따라 내년말 입주를 목표로 작년말 아파트(298가구) 건립 공사에 착공, 현재 터파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공사로 야산 정상을 중심으로 너비 50여m, 깊이 30여m 규모로 파헤쳐져 마치 야산 정상 부분이 두부 자르듯 오픈 터널 형태로 잘라져 있다.

지난 7일부터는 근린공원∼아파트 사업 부지∼개발제한구역을 잇는 산책로 100여m 구간이 뚝 끊겨 버렸다.

아파트가 완공되면 산 정상을 잘라 양쪽으로 밀어내 공간을 만든 뒤 그 자리에
산 정상보다 10여m가 더 높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실로 기이한 모양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 야산은 원당 지역 유일한 산림 지역으로 도보 30여분 거리의 산책로와 운동
시설이 만들어져 있어 이 지역 주민들로부터 '허파' 대접을 받고 있다.

산책로는 마상 근린공원 너머 B아파트에 사는 원당초등학교 학생들의 통학로로도 이용되고 있다.

◇주민 반발

주민들은 지난달말 공사 현장을 보고 깜짝 놀라 '마상공원내 아파트 건축반대를 위한 시민모임(대표 박옥매.36.여)'을 결성, 인근 지역 주민 300여명의 서명을 받아시에 허가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우선 원당 지역 허파 중심에 아파트 사업 승인을 해준 행정 행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또 관내 유일의 원당초교가 해마다 교실 증축공사에, 현재 학급당 인원이 45∼46명의 과밀 현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고양교육청이 심의과정에서 '학생 수용 불가'입장에서 1년여만에 교실 증축기금(1억3천500만원) 납부에 따라 '가능'으로 돌변한 것도 불가사의다.

특히 산책로를 통학로로 이용하는 초등학생과 주민들은 당장 공사장 옆으로 임시 가설된 철제 계단으로 다녀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시민모임 대표 박씨는 "아마 이런 형태로 아파트 허가가 나간 곳은 전국 유일한 것으로 시는 허가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당장 허가를 철회하라"며 "있는 산림은 없애고 나무 100만 그루 심기 운동을 하면 뭣하냐"고 시 행정을 성토했다.

◇고양시 입장

고양시는 이 지역이 1970년대부터 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된 사유지로 현행법상 사업 승인이 불가피 했으며 지금 '허가 철회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는 "지난해 사업승인 요청 당시 아파트 사업지구로 타당하지 않아 시가 매입한 뒤 마상 근린공원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사업비(100억∼150억원)가 워낙 많이 들어 포기했다"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당시 주민 설명회를 통해 주민 의견을 들은 결과 찬성 의견이 많
아 결국 사업 승인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고양=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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