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나를 흔든 시 한 줄

김선욱 이화여대 총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김선욱 이화여대 총장은 독일 유학생활 중 헤세의 시집을 보면서 삶의 용기를 얻곤 했다. [장진영 기자]

어린애마다 알고 있습니다. 봄이 말하는 것을

살아라, 자라라, 꽃피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기뻐하라, 새싹을 내밀라.

몸을 던지고 삶을 두려워하지 말라!

- 헤르만 헤세(1877~1962) ‘봄의 말’ 중에서

헤르만 헤세를 거치지 않는 청춘이 있을까. 헤르만 헤세를 거치지 않은 절망과 희망이 있을까.

낯설고 물선 독일 유학 초기에도, 학위논문 작업이 힘겨웠던 유학생활 후기에도 나는 독일 시인인 헤르만 헤세의 시들을 읽으면서 많은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논문의 진전이 없던 어느 시점인가엔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삶이 절절했던 시간도 있었던 것 같다.

 헤세의 시 중에서도 특히 ‘봄의 말’은 이런 나에게 어머니의 말과 같은 따뜻한 위로와 힘을 주곤 했다. “봄이 말하는 것”을 되뇌노라면 삶 앞에서 담대해지곤 했다.

나이와 상관없이 봄이 건네는 말은 그렇게 전지전능하다. 계절은, 시간은, 그렇게 우리에게 커다란 일을 행하신다. 봄의 경이이자 우리 삶의 기적이다. 신이 봄에 부여한 축복이자 재능이며, 위로이자 지혜다.

 봄이 아름다운 이유는 다른 계절보다 더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다만 온몸을 던져 기쁘게 움트는 ‘청춘’들의 씩씩한 눈빛을 살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봄을 품고 산다. 그러므로 겨울 가운데서도 다시 올 새봄의 말을 전한다.

 ‘꽃피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그리고 두려워하지 말라’.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이 시를 드리고 싶다.

김선욱 이화여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