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수 안 되는 비축금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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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내수용 원자재의 안정적 확보를 위하여 실시한 비축금융제도는 국제원자재 가격이「피크」에 달했을 때 가장 비싼 값으로 원자재를 대량 수입케 했을 뿐 아니라 수입한 원자재가 국내경기 침체로 팔리지 않음으로써 은행은 대출회수가 안돼 심한 자금압박을 받고 있으며 이는 모두 한은 재 할로 지원되어 통화증발작용을 하고 있다.
73년 말부터 시작한 비축금융은 총 1천7백억 원이 나갔으나 도입물자가 판매되어 회수된 것은 6백억 원에 불과, 최근 현재 대출잔고가 1천1백억 원이 되고 있으며 연말까지의 회수전망도 어두워 금융기관은 약 1천억 원의 잔고를 안고 내년으로 넘어가야 할 형편이다.
특히 비축금융은 도입원자재가 제품화되어 판매돼야 대출금이 회수되는데 최근의 불경기로 제품이 팔리지 않음으로써 대출금회수가 안될 뿐 아니라 일부 기업에선 도입원자재의 가격하락으로 아예 원자재를 찾지 않고 은행에 넘겨버리는 사례조차 있어 비축금융은 은행자금운용의 큰 경직요인이 되고 있다.
금융기관에선 비축금융회수가 안 되자 대출기간만 계속 연장하거나 일반대출로 바꿔주는 조처를 취하여 다른 자금대출에 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비축금융기간을 당초 3개월에서 6개월·9개월·15개월로 계속 연장하는 조처만 취하고있다.
비축금융잔고는 8월말의 1천2백66억 원을「피크」로 다소 줄고는 있으나 당초 예상보다는 회수실적이 나빠 연말에도 약 1천억 원이 남을 전망이다.
비축금융은 전액 한 은 재 할로 뒷받침되는데 최근 현재 비축금융을 위한 한은 재할 잔고는 1천1백87억 원으로서 한은 총 재할 액 5천8백34억원의 20%에 달하고 있다. 비축금융을 위한 한은 재할은 모두 통화증발요인이 된다.
비축금융은 73년 12월에 시작되어 74년 3월에 확대되었다가 지난7월에 마감했는데 비축금융이 실시된 74년 상반기는 국제원자재가격이「피크」에 달했던 시기이므로 비축금융으로 원자재수입을 촉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막대한 외화손실을 자초한 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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