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풍향계 … 몸값 뛴 박주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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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선

“그냥 조용히 지내고 있었는데….”

 무소속 박주선(광주 동구) 의원이 ‘걸어다니는 풍향계’로 등장했다. 민주당과 새정치신당이 동시에 러브콜을 보내면서다.

 안철수 의원은 2012년 총선 때 민주당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박 의원을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직접 만나 “새 정치를 같이하자”고 권유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김한길 대표가 지난 10일 박 의원과 오찬을 함께했다.

 2년 전 민주당은 경선 선거인단 불법 모집 혐의로 수사를 받던 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처리했다. 박 의원은 김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당시 체포동의안 상정을 막지 않은 데 대한 섭섭함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에 김 대표는 유감을 표하면서 “이제 민주당에 들어와 함께 혁신을 하자”며 복당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 10일엔 민주당 권노갑 고문까지 ‘집 나간 며느리’를 다시 데려오는 작전에 뛰어들었다. 야권 인사에 따르면 권 고문은 박 의원을 저녁에 만나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신당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지 않겠느냐. 민주당에 들어와 역할을 하라”고 설득했다. 이에 박 의원은 “이리 가든지 저리 가든지 집권당을 만드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며 “민주당이 맞는지, 아니면 신당하고 같이하는 게 맞는지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현역 의원이 2명에 불과한 미니 신당인 새정치신당은 박 의원을 영입할 경우 천군만마를 얻는 것과 같다. 반대로 놓치면 세 확산에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도 박 의원을 끌어안아야 호남의 신당 바람을 차단할 수 있다.

 이제 박 의원의 선택에 따라 한쪽은 상처가 불가피해졌다. 선택받은 쪽은 호남의 대세로 비춰질 수 있다.

 네 번 구속돼 세 번 무죄를 받고, 마지막엔 의원직을 유지하는 벌금형을 받아 ‘불사조’란 별명을 갖고 있는 박 의원의 몸값이 제대로 올라가고 있다. 박 의원의 생각을 물었다.

 -민주당의 문제는 뭔가.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이 집권을 할지에 대해 회의를 품은 국민이 늘지 않았나. 집권에 실패했고 집권 가능성도 보여주지 못한 게 문제다.”

 -신당은 어떻게 보나.

 “인물 영입을 위해 노력하지만 성과가 많이 나오지 않아 애로가 있는 것 같다.”

 -어느 쪽인가.

 “선택이 급한 것도 아니지만 무한정 미룰 수도 없고, 심사숙고해 판단하겠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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