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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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런 고사가 있다. 「스파르타」의 특사 「폴리크라테스」(BC522년)가 「페르샤」를 방문한 일이 있었다. 「페르샤」궁전의 관원이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국사로 왔소? 아니면, 개인자격으로 국왕을 만나려는거요?』
「폴리크라테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두고 봐야 알겠소. 교섭이 잘되어 성공하면 국사로 쳐주고, 만약 실패하면 개인자격으로 돌려주시오.』
「특사」란 말하자면 이런 인물이다. 외교용어로는 「스페셜·엔보이」(Special envoy)라고 하지만 법률에 의한 정식칭호는 따로 없다. 특사는 수상이나 외상의 개인적인 대리자로서 외국에 파견된다. 따라서 신임장도 전권위임장도 갖고있지 않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소개장 정도를 휴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특사는 오히려 상대자와의 대화에 있어선 자유로울 수가 있다. 정식 외교관과 같은 무거운 책임이 뒤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정세에 따라 국사도 될 수 있으며, 개인자격으로 뒷걸음질 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홀가분한 입장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다.
때로는 표면에 노출되지 않은 특사도 있다. 1967년7월, 월남전은 한참 가열되고 있었다. 그 전화 속에서 「키신저」의 밀령을 받은 미국측의 특사가 「하노이」를 방문했었다. 이들은 「프랑스」인으로 한 사람은 미생물학자인 「에르베르·마르코비치」, 또 한사람은 「마르코비치」의 친구이며 호지명과는 20여년의 친분이 있는 「레이몽·오브락」. 이들은 역시 아무런 신임장도 밀령장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키신저」의 특사임을 설명하고, 북폭중지와 월맹의 전략물자 공급제한에 관한 협상의 실마리를 제시했었다. 이들은 눈에 띄는 성과를 갖고 돌아오지는 못했지만 협상을 위한 사설 창구의 구실은 유감없이 해냈다.
특사는 그의 사명이 무엇이든, 상대방의 호감을 살 수 있는 인물중에서 선정되는 것이 통례이다. 이번 「다나까」일본수상의 특사로 내한하는 「시이나」씨도 우리에겐 구면이다. 이미 그는 한·일 회담의 타결을 보고 그것에 서명할 때도 외상자격으로 우리 나라를 다녀갔었다. 그때 그는 우리에게 미소짓는 얼굴을 보여 주었다.
이번에도 그때와 같은 미소를 짓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의 처음 미소는 최근의 일로 10년도 못돼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이번에 미소를 지으면 그것은 또 몇 년이나 갈지 모르겠다. 「원친근공」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일본과 우리는 그런 처지와는 좀 다르다. 되도록 미소짓는 사이로 지내는 것이 앞으로의 새로운 역사전개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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