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은 이라크전쟁 악용 말라

중앙일보

입력

대이라크 공격이 임박한 가운데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북한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북한이 핵 재처리시설을 가동하거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해선 안된다"며 북측이 넘어선 안될 선까지 언급했다. 이는 이라크전으로 여념없는 미국의 빈 틈을 이용해 북한이 상황을 오판치 말라는 경고다.

또 미 국방부의 고위관리는 같은 날 워싱턴 한국특파원들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한반도 안보 보장을 재확인하고 북한의 무력도발시 미군의 자동 개입 의지를 거듭 표명했다.

이라크전이 끝나면 미국의 다음 목표는 북핵 해결이 될 것이 확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이라크전으로 미국의 주의가 분산되는 시점을 이용하여 핵 재처리, 미사일 시험 등을 시도하고 이를 기정 사실화한 바탕에서 미국과 협상을 하려 할지 모른다.

또 미 군사력의 분산 시점을 이용해 군사도발을 기도할 수도 있다. 파월 장관의 발언은 북한의 이러한 오판 가능성에 대한 사전 경고다.

이라크에 대한 최후통첩이 말해주듯 미국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막아야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북한이 이라크전을 기회로 삼아 핵 활동 재개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진력한다면 이라크 다음의 대상은 북한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미국의 취약한 시점을 이용하여 도발을 통해 북.미 직접대화를 끌어내겠다는 얕은 계산을 한다면 오히려 큰 불행을 자초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북핵 문제에서 비롯된 군사 긴장만큼 우리의 안보와 경제에 당장 악영향을 미칠 위협은 없다. 우리 정부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앞세워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라크와 달리 북핵 문제에 있어선 한반도 비핵화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원칙에 주변국과 국제 사회가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북한이 어떤 행태로든 한국과 국제 사회를 시험하려 든다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란 점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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