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규 기자의 종군기] "2주內 항복받겠다" 戰意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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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인의 관심은 '과연 전쟁이 얼마나 빨리 끝나나'일 것이다. 전투를 치러내야 하는 이곳 사막의 미군들에게도 그것은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1991년 걸프전 때는 사담 후세인의 항복을 받아내는 데 43일 걸렸다.

"1주일 안에 승부를 내야 한다. 늦어도 2주 안엔 결정적 타격을 가해야 한다."

기자가 만나는 미군 장교들은 대개 2주일을 데드라인으로 정하는 것 같았다. 10년 사이에 3분의1로 줄어든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장교는 장기전의 역풍을 우려했다. 그는 "이 전쟁이 어떤 전쟁인가. 국내외에서 그렇게 반대하는데도 시작하는 것 아닌가. 꾸물거리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승리했다'고 외치려면 이른 시일 내 전쟁의 큰 줄기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쟁의 기간은 이라크의 저항과 반비례할 것이다. 이라크의 화생방 공격, 지상군의 참호 사수(死守), 바그다드 시가전이 3대 저항으로 꼽힌다.

이라크가 화학무기를 사용하면 세계 여론은 미국에 유리하게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전장의 미군들에게 화학무기는 공포의 대상이다. 기자도 방독면을 뒤집어쓰고 방공호로 내달리는 훈련을 여러번 치렀다.

5군단 화생방 담당 팀 매디어 대령은 "후세인이 생물.화학무기를 실은 스커드 미사일로 미군을 공격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른 미군 관계자도 "타격 능력에서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생물.화학무기를 후세인이 쓰지 않을 리 없다"며 이는 "위성사진으로도 확인되는 사실"이라고 단정했다.

미군은 적어도 바그다드까지는 무혈입성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라크군 병력이 병영에서 나와 참호와 지하 벙커로 이동하고 있다는 불길한 소식이 들린다.

미군 전략가들은 이라크군의 배치 형태를 쿠웨이트 국경과 바그다드 사이에 설치된 '과속방지턱(speed bumps)'으로 묘사한다고 한다. 병사들의 생명으로 미군의 진격 속도를 늦추려는 후세인 정권의 전술이라는 것이다.

쿠웨이트 동부사막 캠프 펜실베이니아.버지니아=안성규 종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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