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방에선] '학생難' 지방대 살빼기 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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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전북의 B대학은 최근 50여명의 교직원 가운데 10여명에게 사퇴를 권고했다. 올해 신입생 등록률이 정원(1천1백40명)의 60%에도 못미쳐 대학 재정의 근간인 등록금 수입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신입생들의 무더기 등록 포기와 재학생들의 타 대학 편입 등으로 정원을 채우지 못한 상당수 지방대학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교수 등 교직원들을 해고하고, 긴축예산을 편성하는 한편 학생모집에 유리한 지역으로 아예 학교를 옮기는 대학까지 나타났다. 지방 대학가에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실태=전북 B대학 관계자는 "학생수가 크게 부족해 계열단위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상황이 심각해 수업을 맡지 못하는 교수들에게 사퇴를 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학교운영비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사립대의 경우 인건비에서 예산을 절감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강원도 D대학은 올해 신입생 등록률이 72%(정원 1천2백36명)에 그치는 등 최근 몇년간 등록률이 정원을 밑돌자 지난해부터 교수를 포함한 교직원들의 봉급을 동결했다.

컴퓨터.도서.일반 사무용품 등 각종 기자재 구입 비용도 지난해의 50%로 줄였다. 최소한의 비용과 인원으로 억지 운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부산시 소재 D대학은 올 신입생 등록률이 70%선에 불과하자 학교를 울산으로 옮기기로 하고 최근 울산 시내에 12만평의 부지를 매입했다. 울산에는 4년제.2년제 대학이 각각 한곳 뿐이어서 부산보다는 학생 모집에 유리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전북의 J대학은 올해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정보통신.자동차전기.컴퓨터정보 등 3개과를 폐지했다.

이에 따라 이들 학과 교수 4~5명에게도 현재 2학년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만 한시적으로 학교에 남아 있도록 통보했다.

경북의 D대는 지난해 11월 전문 용역기관에 대학 평가를 의뢰했다. 줄어드는 학생수를 고려해 생존전략을 짜고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전주대는 올해 예산을 지난해보다 7~8% 줄였다.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한 예술경시대회 등 각종 행사를 취소했고 에너지 절약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이민영 홍보팀장은 "면학분위기 조성에 필요한 예산 외에 각종 경상비는 대폭 삭감했다"고 말했다.

◆문제점=전주 한일장신대 유재영 기획담당은 "예산 부족으로 기숙사 신축 등 각종 장학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전주대 고상순 교수협의회 회장은 "일부 사립대에서 학생수가 줄었다는 이유로 교수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교수를 일용직으로 보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지방대의 위기는 재단 측이 전입금을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풀어야 하는데 인력부터 줄이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고 주장했다.

전국의 평교수들은 오는 23일 서강대에서 전국평교수협의회 모임을 열고 교수 신분보장을 위한 법적 장치 마련을 교육부에 촉구할 계획이다.

서형식.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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