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경영학] 안맞을땐 마음을 비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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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A씨가 어느날 골프에 대해 굳은 결심을 했다.

"골프를 시작한 지 10년, 그러나 스코어는 항상 90대에 머물고 있다. 내 유일한 취미가 골프인데 언제까지 이렇게 칠 것인가. 골프는 평생 할 것이니 지금부터라도 스윙을 가다듬어 한번 제대로 쳐 보자."

이렇게 생각한 A씨는 훈련에 들어갔다. 평소 연습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A씨였지만 새로 연습장에 등록도 했고 레슨까지 받기 시작했다. 두달쯤 연습했더니 골프가 새롭게 보였다. 10년 동안 해왔던 자신의 스윙이 얼마나 엉터리인가도 깨달았고 거리도 늘어 난 것 같았다.

그러나 골프는 역시 어려웠다. 연습을 했으면 스코어가 향상돼야 하는데 정작 필드에서의 스코어는 그 타령이거나 오히려 더 나오는 적이 많았다. 물론 A씨는 적잖게 실망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도 뚜렷한 진전이 없자 A씨는 골프 잘 치려는 욕망을 포기하게 됐다. "잘 쳐보려고 이렇게 부지런히 노력했는데도 안되니 어쩌란 말인가"라고 중얼거리면서.

그러던 중 하루는 아예 '잘 치고자 하는 기대'를 버리고 플레이했다. '해도 해도 안되니 마음을 비우고 치자'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던 것이다.

그러자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전혀 기대를 않고 쳤는데 의외로 '베스트 스코어'가 탄생한 것이다.

A씨는 그날 라운드의 한 샷 한 샷을 돌이켜 봤다. 그리고 비로소 '골프 치는 법'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날 A씨가 얻은 해답은 단 한가지였다. 그것은 '생각없이 치는 골프'였다.

스코어가 나빴을 때의 A씨는 새롭게 배운 스윙 이론을 실제 응용하려 애썼다. 샷을 할 때마다 연습장에서 깨달은 스윙을 그대로 적용시키려 했다. 당연히 18홀 내내 머릿속은 스윙궤도니 뭐니 하는 이론으로 가득찼다.

반면 기대를 버리고 칠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스윙했다. 스코어에 대한 기대가 없으니 생각할 게 뭐 있는가. A씨는 그야말로 '무심 타법'으로 스윙했고 끝나고 나니, 자신의 눈을 의심할 정도의 기록적인 스코어가 적혀 있었다.

이 같은 A씨 경우는 연습과 라운드는 별개라는 것을 시사한다. 기술적 스윙 개선은 연습장에서 하지만 정작 플레이 할 때는 이론을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필드에선 이론을 생각할수록 머리가 복잡해진다. 머리가 복잡하면 스윙도 어려워지며 미스샷이 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필드에서는 '개선'에 대한 욕심없이, 진정 '무념 무상의 상태'에서 플레이 해야 한다. 그것이 아마추어들의 골프치는 방법이다.

요즘 모두들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이런 때는 걱정도 많아지고 생각도 복잡해진다. 이럴 때 당신이 골퍼라면 모든 걸 훌훌 털고 그 '무념 무상의 경지'에서 탈출구를 찾아 보면 어떨까. 일단은 머리를 비워야 난국타파의 새 아이디어가 들어서게 돼 있다.

김흥구 (WWW.GOLFSKY.CO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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