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해제안 제안 이유 싸고 격론벌인-신민당 의원총회중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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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거의 백지로 낸 긴급조치해제건의안 제안이유를 놓고 신민당의원총회는 6일 하오 찬·반 격론을 벌였다. 찬도 반도 현행 헌법아래서의 야당활동과 그 한계에 대한 비판과 자탄, 야당 명맥보존에 초점이 두어져 전개됐다.
다음은 의총에서의 발언중계-.
▲송원영=문안을 고치지 않으면 안되었던 원인이 무엇이며 3,4호도 심의한다는 보장이 있는가. 여당측의 사전검열을 받아 제안이유를 고친 것은 처참한 자살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이 총무=제안이유 원안은 밝힐 수 없다.
▲고재청=국회법에 각종 의안에 「이유」를 명시하도록 규정했는데 백지로 낸 것은 납득할 수 없다. 특히 해제건의안은 역사적 문서가 아닌가. 면책특권을 야당 스스로 부인한 것으로 생각되어 서글프다.
▲김수한=결전을 앞두고 자중지난을 할 때가 아니다. 결정된 이상 왈가왈부 하지 말자. 이 싯점에서는 모두가 국회의원직을 사퇴할 용기가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택돈=한·일 합방 때 독립신문이 「시일야방성대곡」이란 제목만 붙이고 사설을 백지로 낸 것과 같은 심경이다. 원안작성에 가담하고 수정작업에도 참여했던 사람으로 지난 밤잠을 자지 못했다. 그러나 문구보다는 줄거리가, 줄거리보다는 해제 안을 냈다는 것이 중요하므로 이점에서 위안을 찾자.
▲정일형=정말 야당 정치인으로 회개할 때다.
▲김영삼=이미 기차는 떠났다. 그런데 결과는 잘못되었다. 지난 일은 그만두자는 당원이 있으나 반성도 해봐야할 것이 아닌가.
▲박해충=의원직을 사퇴하려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려면 다수에 승복하여 똘똘 뭉쳐야한다. 이 싯점에서 야당이 단결을 않으면 생명을 잃는 것과 같다.
▲김명란=결과적으로 야당에 손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당초 여야합의 사항 때 없던 3, 4호를 추가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법률가의 양심으로 백지를 냈다하여 면책특권을 부인한 것은 아니다.
▲정해영=간부회의의 결론은 어쨌든 잘못되었다. 과오다. 그러나 지금 어떻게 하겠는가.
▲이 총무=부총재들이 한심하다.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등, 한심하다는 등, 국민에게 부끄럽다는 등의 표현을 썼는데 부총재들의 그런 발언 자체가 한심스럽다.(소란)
▲최형우·문부식=집어치우시오.
▲이상신=어디 기운 없는 사람 살겠나.
▲김옥선=지옥에 가서 1년을 사는 것보다 천당에 가서 하루를 사는 것이 낫다. 우리는 수모를 받으면서 더 오래 살기보다는 용기 있게 죽는 것이 보람되다. 오늘 얘기는 집어치우고 내일부터의 질의에 비장한 각오로 임하자.
▲김의택 총재대행=해제 안에 주문만을 붙이고 백지로 낸 것은 백지동맹을 한 것이다. 오늘에 대한 평가는 후세의 사가에게 맡기고 대 정부질문대책을 강구하자. 백기를 들었다는데 대해서는 할말이 있다. 「10·17」국회해산 후에 다시 국회에 들어갈 때 사실은 백기를 든 것이 아닌가. 야당이 백기를 든지는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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