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농무속…충돌 1분만에 침몰|「웨스턴·스타」호 생존자가 말하는 사고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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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경=박동순 특파원】「웨스턴·스타」호 침몰 사고는 목적지를 5시간 앞두고 순식간에 일어난 참극이었다. 구조되어 입원 가료중인 통신장 이문기씨 (35)에 따르면 짙은 안개 속에서 항진 중 새벽잠에 빠진 선원들은 탈출할 여유마저 없었다고 했다. 선원들은 잠결에 배 와 함께 1만2천t급의 대형 화물선「기꾸꼬오마루」에 깔려 1분여만에 물 속에 잠겼고 새벽바다는 비극을 삼긴 채 물결만 출렁거렸다.

<사고 경위>
「웨스턴·스타」호는 목적지인 「도꾸야마」(덕산) 항구를 향해 「크롬」 광석 4천5백t을 싣고 비교적 빠른 속도로 항해 중이었다.
당시 해상에는 바람이 거의 없었고 시계 1백m쯤의 짙은 안개가 끼어 있어 「레이다」 감시를 해야했다. 「웨스턴·스타」호는 당직자가 모두 숨져 당시 상황이 밝혀지지 않았으나「기꾸꼬마루」선장 「하시모도」씨는 『「브리지」에서 선수가 안보일 정도의 짙은 안개 때문에 「레이다」로 운행하고 있었는데 배처럼 보이는 물체를 확인하고 경적을 울리는 순간 충돌했다』고 말했다.
이때 「웨스턴·스타」호도 같이 무중 신호를 보냈으나 서로 피하지 못하고 부딪친 것.
이문기씨는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잠결에 경적소리가 울리더니 곧「꽝」하는 소리와 함께 「웨스턴·스타」호는 크게 흔들렸다』고 했다.
이씨가 옆에 있다 잠을 깬 최판길 기관장과 함께 「팬티」 바람으로 「브리지」로 올라갔으나 이미 선수가 빠른 속도로 기울어지면서 1분여만에 물 속으로 잠겨 바닷물로 뛰어 들었다는 것.
이씨는 이에 앞서 구조 신호를 보내려고 통신실로 가려 했으나 배가 이미 기울어 배와 함께 그대로 물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는 것이다.
다른 선원들은 배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배와 함께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구조 경위>
「웨스턴·스타」호가 침몰하자 「기꾸꼬오마루」는 곧 배를 세우고 생존자 구조 작업에 나섰으나 사고 지점에서 허우적거리는 최판길 기관장 1명만을 발견, 고무「보트」를 내려 최씨를 구조하는데 성공했다.
이문기 통신장은 침몰 후 널빤지 2개를 현장에서 발견, 이를 붙잡고 2시간30분 동안 표류하다 지나가던 일본 어선에 발견돼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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