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 캐는 멕시코 마약상 … 고객은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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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중국이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주 고객으로 떠올랐다. 거래 품목은 마약이 아닌 철광석이다.

 남서부 미초아칸 주는 멕시코 최대의 철광석 생산지다. 이 지역을 장악한 범죄조직 ‘템플 기사단’은 폭력을 동원해 지역 내 철광의 절반을 자신의 통제 아래 뒀다. 정부 허가를 받지 않은 밀수지만 뗏목이나 보트가 아니라 멕시코 최대 항구 중 하나인 라사로 카르데나스 항에서 당당히 선적한다. 세관원과 경찰은 모두 매수됐다.

 중국의 바이어들은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정식 수입보다 훨씬 큰 이윤을 보장받는다. 때로는 필로폰 제조에 쓰이는 화학원료를 철광석과 맞교환하기도 한다. 이들이 중국에 밀수출한 철광석은 지난해만 400만t이 넘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벌어들인 수입은 20억 달러(약 2조1550억원), 미초아칸 주 예산의 절반에 달한다.

 멕시코 정부는 뒤늦은 지난해 11월 해군을 항구에 투입, 경찰과 세관원들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상황 통제에 나섰다. 하지만 주 전체를 기사단이 장악하고 있어 효과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사단은 주업이던 마약 제조·판매를 넘어 몇 년 사이 철광석 밀수와 함께 과일인 아보카도 경작까지 장악했다. 이 지역은 멕시코 아보카도 생산량의 72%, 미국이 수입하는 아보카도의 80%를 책임지고 있다. 기사단은 농장주 납치 등의 방법으로 농장을 차지하거나 일정 비율의 보호비를 갈취해 한 해 1억50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린다.

 재산을 강탈당하고 살인·납치·강간에 시달리던 주민들은 지난해 자경단을 결성, 무력 항쟁을 택했다. 올해 초 2만5000명까지 늘어난 자경단은 지난달 12일 아파칭간 시를 공격, 빼앗긴 농장 일부를 탈환했다. 자경단 리더인 호세 미렐레스는 “10여 년간 정부가 못한 일을 해냈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이후 자경단과 그들을 무장해제시키려는 군경이 충돌, 4명이 희생됐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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