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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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팔역지를 쓴 이중환은 명산을 12곳 들고 그 중에서 금강산을 으뜸으로 꼽았다.
흔히 4대 신산을 꼽을 때도 있다. 또는 구월산을 합쳐 5대 신산을 말할 때도 있다. 그 어느 경우에나 금강산이 으뜸이 된다.
그러나 서산대사와 같은 명승은 금강산보다도 묘향산을 더 꼽는다. 속된 눈으로 보는 산과 명승이 보는 산과는 전혀 다른가 보다.
그래도 흔히 명산이라는 곳에는 명사거찰이 많게 마련이다. 당연한 것도 같다. 지리산에는 화엄사이외에도 사찰이 64개나 된다. 묘향산에도 보현사를 위시하여 33개나 있었다.
통계상 우리나라의 사찰은 모두 1천3백개 가량이다. 그중 10분의1이 사대신산 안에 들어 있다.
이 많은 사찰 중에서도 불보사찰 이라는 양산의 통도사, 대장경판이 보존되었다하여·법당사찰이라는 가야의 해인사, 그리고 법통의 으뜸이 된다 하여 승보사찰로 치던 조계산의 송광사를 특히 삼보사찰이라 여겨왔다.
그러나 흔히는 명사찰하면 누구나 얼른 불국사를 생각한다. 역시 산을 보는 눈이 범속의 무리와 해탈의 스님과 다른 만큼 절을 보는 눈도 다른가보다.
명산에는 거찰이 있기 마련이지만 거찰이라고 반드시 명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거찰이 명사가 되려면 반드시 명승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명사라는 곳은 거의 모두 명승이 나왔거나 명승이 거쳐간 곳들이다.
가령 낙산사처럼 규모가 보잘것없는 사찰을 명사로 꼽는 것도 명승의상이 오랫동안 여기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묘향산의 보현사도 서산대사가 즐겨 명상에 잠기던 곳이라 해서 명사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불국사에 명승이 거쳐갔다는 얘기가 흔하지 않다. 명승이 여기서 나왔다는 얘기는 더욱 흔치 않다.
불국사의 역사를 보면 당초부터 신라의 재상이 세운 탓인지 묘하게 세속의 입김을 벗어난 일이 드물다. 아마 그래서 명승들이 불국사를 경원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기야 불국사만큼 규모가 큰 거찰도 드물다. 그리고 석굴암이 보여 주듯 불교예술의 정화라는 점에서도 불국사 보다 아름다운 것을 찾기란 어렵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웅장하기 때문에 오히려 해탈의 길을 찾는 스님들이 불국사를 멀리 해왔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불국사에다 이번에 또 주지가 둘씩이나 생겨나서 잡음을 일으키고있다.
조금도 반가운 일은 아니다. 스님의 과잉에서 한 절에 두 주지가 있게 된 것은 아니다. 어느 사찰에는 주지가 될 사람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는 것이다.
옛날이야 어떻든 지금은 불국사가 제일 큰 사찰로 되어있다. 수입도 제일 많다. 시줏돈이 제일 많이 들어와서가 아니라 관광 입장료가 많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찰의 「이미지」도 달라졌다. 그러니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도 많이 달라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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