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수혈이 간염을 일으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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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친구들과 어울려 밤늦게 맥주를 마시고 집에 돌아오다가 P씨는 심하게 메스꺼움을 느꼈다. 지금껏 아무리 취하더라도 토한 일이 없었던 그인지라 설마 토할까 싶었다.
그러나 그는 몹시 토했다. 어찌나 맥이 빠지는지 걸음조차 떼기 힘들었다. 배가 슬슬 아프고 오한이 났다.
P씨는 단순히 체한 것으로 생각했다. 간신히 집 문 앞까지 갔으나 그는 쓰러지고 말았다.
열이 섭씨 39도까지 올랐다. 온몸이 저리고 아팠다. 그리고 전신이 무너지는 것 같은 탈력감을 느꼈다.
다음날 P씨의 눈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P씨는 자기가 체한 것이 아니라 황달인 것을 알고 즉시 병원에 입원했다.
병명은 「바이러스성」간염으로 밝혀졌다.
P씨는 2개월 동안 입원치료를 받고서야 비로소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여러 가지의 조사결과 P씨의 간염은 3개월 전 수혈을 받은 탓으로 판명되었다.
사실 수혈이 간염을 옮긴다는 것은 그다지 새삼스럽지는 않다. 우리나라 사람의 공혈 혈액 중 10%가 간염「바이러스」를 지니고 있음이 의학계의 연구 결과 밝혀진지 오래다.
10사람 중 1사람은 간염을 옮기는 「바이러스」를 혈액 속에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공혈 각의 10%가 지니고 있는 간염「바이러스」중 인간의 특성에 따라 75%는 감염의 우려가 없지만 25%는 반드시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불필요하게 수혈을 받으면 간염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
원래 수혈이라는 것은 생명을 건져야할 위급한 상태에서 하도록 되어있다. 그런데도 어찌된 셈인지 우리 나라에서는 몸이 조금만 약해져도 피 주사를 맞아야하는 것처럼 알려져 있다.
불필요한 수혈이 무서운 간염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김영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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