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눈'을 의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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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봄 새순처럼 새 작가들이 얼굴을 내민다. 패기 만만하고 힘이 넘치는 작품들이 봄나물처럼 쌉싸름하다.

문예진흥원(원장 현기영) 마로니에미술관이 기획한 '발견 2003-오픈 유어 아이즈'와 일민미술관이 젊은 작가 지원프로그램으로 마련한 '프로젝트 139-룩 앳 유어 디자이어'가 화단에 풋풋한 봄소식으로 피어올랐다. '눈을 떠 네 욕망을 보라'는 젊은 미술인들이 봄 미술판을 달려오고 있다.

20세기가 '불확실성의 시대'라면 21세기는 '불가지(不可知)의 시대'인가. 21일부터 4월 20일까지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미술관에서 열리는 '발견 2003'은 알 수 없는 현실, 불가해한 현상, 초자연적인 힘의 진실을 알기 위해 새로운 '눈을 떠라(오픈 유어 아이즈)'고 속삭이는 20~30대 작가들 목소리가 신선하다. 편견과 선입견에 물든 늙은 눈을 작품을 보면서 젊게 만드는 과정은 정신의 회춘 같다.

지구에 불시착한 우주인의 시선을 빌려서 낯익은 일상을 낯설게 만드는 박경택씨, 끊임없이 이어지는 단순한 연결고리의 패턴 작업으로 한국 사회의 폐쇄성을 새삼 깨닫게 하는 이중근씨, 전시장 구석에 버려진 공간을 재발견해 있지만 없는 듯 변두리에 감춰진 요소들을 인식하게 끄는 조병왕씨 외에 고상우.박세진.송민철.윤미연.이인희.장종관.전미숙.천영미.홍영인씨 등 13명의 작가가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매일 오후 3시, 6시 전시설명회가 열리며 4월 10일 오후 6시 권은선 서울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진행하는 '오픈 유어 아이즈-영화와 미술'특별강연회가 이어진다. 02-760-4726.

세종로 139번지 일민미술관이 시작하는 '프로젝트 139'는 젊은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우리 미술의 미래를 위한 건전한 담론을 형성하는 자리다. 그 첫 기획으로 21일부터 4월 20일까지 개최하는'룩 앳 유어 디자이어(네 욕망을 보라)'는 본다는 것의 본질과 거기서 만들어지는 욕망을 다뤘다는 점에서'오픈 유어 아이즈'와 닮은 꼴이다.

강영민.박주욱.전상옥.최소연씨는 시각매체시대의 아이들답게 그들이 잘 아는 이미지와 영상, 그 방향감각을 따라 말하고 싶은 것을 발언하고 있다. 텔레비전 브라운관이나 컴퓨터 화면처럼 보이는 강영민씨의 그림은 수많은 띠로 이뤄진 주사선 자체가 이미지를 발사하는 욕망의 발산처럼 다가온다.

"이미지가 만들어낸 권력과 일상의 습관은 시각을 길들이고 사육한다"며" 보여지는 모든 것을 새삼스럽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최소연씨 작품은 익숙한 시선을 의심하라고 권한다. 02-2020-2055.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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