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자 선거권 제한 '위헌', 2% 득표 못 한 정당 취소 '위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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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기도 일산에 사는 이모씨는 2012년 4·11 총선에서 투표할 수 없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2011년 10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형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현행 공직선거법과 형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거나 형 집행이 유예된 사람에게는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씨는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는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이 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헌재는 28일 이씨 등 6명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공직선거법 18조 1항 2호와 형법 43조 2항 중 ‘집행유예자에 대한 선거권 제한’ 부분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집행유예 기간에 있는 사람은 11만523명이다. 6월 지방선거의 투표권자도 그만큼 늘 것으로 보인다.

 수감자나 집행유예자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것은 1948년 첫 국회의원을 뽑기 위해 만든 국회의원선거법에 포함돼 있을 정도로 유래가 깊다.

 헌재도 이런 논리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모든 범죄에 획일적·전면적으로 적용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저지른 범죄의 경중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모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은 사람의 죄가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은 사람의 범죄보다 경미할 수도 있는데 투표권 제약은 더 오래 받게 돼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헌재는 또 수감 중인 수형자와 가석방 중인 사람에게 선거권을 제한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재판관 7명의 찬성으로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국회가 2015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고쳐야 한다. 법 개정 전까지는 현행 법이 적용되지만 2015년 말까지 개정되지 않으면 이 조항의 효력이 상실된다. 헌재는 “범죄의 중대성과 선고된 형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거권 제한의 기준이 되는 형량을 정하고 일정 기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수형자의 선거권만 제한하는 방식”으로 법을 개정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헌재는 이날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해 한 석도 얻지 못하고 유효투표의 2% 이상을 득표하지 못한 정당의 등록을 취소토록 한 정당법 44조 1항 3호와 41조 4항에 대해서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위헌신청을 낸 녹색당과 청년당, 진보신당 등은 6월 지방선거에서 자당 이름을 내건 후보를 낼 수 있게 됐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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