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제금융 불안, 기초체력 튼튼하면 문제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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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아르헨티나의 채무불이행 우려로 촉발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27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1900 선 아래로 떨어졌다가 지난주보다 1.56%(30.22포인트) 급락한 1910.34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 역시 3.2원 오른 달러당 1083.6으로 마감됐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조치의 파장이 경제의 기초체력이 허약한 신흥국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그 여파가 우리나라에도 밀려오는 형국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과거 외환위기 때처럼 국제적인 통화위기에 전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단기외채의 비중이나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면에서 아르헨티나나 터키 등 위기에 직면한 국가들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체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어제 국내금융시장의 동요는 우리나라가 직접적인 위기의 가능성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다른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주가가 크게 떨어지긴 했지만 주요 선진국 증시에 비하면 하락폭이 작았다.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거나 불안감에 휩싸일 일이 아닌 것이다.

 다만 만에 하나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세계적인 위기상황으로 번질 가능성에는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국제금융시장의 동향과 단기적인 외화 유출입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할 이유다. 이와 함께 금융불안이 신흥국 전체로 확산되고 그로 인해 세계경제가 다시금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세계적으로 실물경제까지 위축시키면 국내 경기의 버팀목이던 수출에 타격을 주고 올해 가까스로 회복세를 보이는 국내경기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의 26%를 차지하는 중국이 이번 신흥국 금융불안의 여파로 성장세가 큰 폭으로 꺾이면 올해 우리나라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 또한 꺾일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적인 위기는 예외적인 돌발변수가 아니라 주기적으로 벌어지는 상수가 됐다. 상시화된 위기에 대처하려면 상시적인 기초체력의 보강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