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카톨릭」과「프랑코」독재의 밀월 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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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7년, 내란 속에서 허덕이는 군부 반도들에게 지지를 보냄으로써「프랑코」독재의 기반을 제공해 줬던「스페인」의「카톨릭」교회는 최근「스페인」정권을 위협하는 가장 거대한 반체제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63∼65년의 제2「바티칸」공회가 시민의 자유를 옹호하는 강력한 입장을 취한 때부터 시작된「스페인」교회의 반발은 제도적인 제정분리와 기본권의 회복운동으로 나타났다. 곳곳에서 이러한 운동에 가담한 신부와 신도들이 체포, 구금되는 가운데 정부와 교회간의 충돌은 더욱 격화되어 왔다.
최근에는「빌바오」교구의「안토니오·아노베로스」주교가「바스크」독립주의자들에게 법적 권리를 인정하라는 내용을 설교한 것이 알려지자 정부는 지금까지의 탄압방법을 바꾸어 그를 국외로 추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때「프랑코」는 특별 각의를 열고 53년에 조인한 정부·교회간의 협조문서를 파기해 버리고 그를 재판할 것인가를 논의하기도 했다. 「카톨릭」교를 국교로 삼고 있는「스페인」에서 주교가 반체제 발언을 했다는 사실은 그처럼 큰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아노베로스」사건이 알려지자 용기를 얻은 타 지역의 신부와 주교들도「바스크」의 민족주의를 지지하는 발언을 공개 석상에서 하기 시작했으며「바르셀로나」에서는 민중시위가 일어나는 등 자유주의운동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아노베로스」주교의 추방문제를 둘러싸고 현재 교황청과「스페인」정부사이에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한때 밀접한 관계에 있던 정부와 교회간의 충돌은 불가피한 듯하다.
이런 상황은「프랑코」정권이 과거 37년 동안 독재와 굴레를 고정시킨 반면 교회 쪽에서는 서서히 자유화의 개혁을 추진해 왔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소장파(보조)주교제도가 채택됨으로써 이루어진 이 개혁의 결과 지난 72년에는「스페인」교회지도자회의가『동족이 내란으로 고통을 받고 있을 때 우리가 화해의 사도가 되지 못했음을 인정하며 이에 사과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는 곧「스페인」내란 중 공범으로서 행동한데 대한 자정의 표현이기 때문에「스페인」의 정부와 교회의 밀월은 영원히 사라진 것을 뜻하는 것이다.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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