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재협상도 평행선 달릴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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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송금 특검법 재협상이 만만찮은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공포 후에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가장 큰 쟁점은 특검의 수사 대상과 범위다.

민주당은 수사 대상을 '현대상선 대북 비밀송금 사건'으로 한정하고 대북 송금 절차와 송금의 상대방인 북한에 대한 부분은 제외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7일 열린 당무회의에서 유선호(柳宣浩)당무위원은 "대북 송금 절차를 특검 조사 대상에서 배제해야 하며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재협상에는 응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또 특검의 불똥이 가급적 김대중(金大中)전 대통령에게까지 튀게 해선 안된다는 복안이다. 특히 동교동계 인사들이 이 부분에 집착하고 있다.

이훈평(李訓平)의원은 "한나라당이 金전대통령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문제를 협상 대상으로 놓고 우리의 자존심을 짓밟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지난 14일 사무총장 간 막후 협상에서 의견 접근을 본 수사기간 단축, 북측 인사와 관련 계좌의 비공개,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처벌조항 명문화 등 세 가지만이 재협상 대상이라고 못박았다.

김영일(金榮馹)사무총장은 "특정인에 대한 면책 요구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대북 송금 절차도 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金총장은 "여당의 특정계파가 반발해 특검을 무력화하려는 것은 민심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했다. 민주당의 당내 갈등도 재협상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특검법 공포 이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민주당은 재협상 창구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래저래 양당이 재협상 테이블에 앉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상수 총장은 "당내 갈등 수습이 급선무"라고 했다. 한나라당은 느긋한 입장이다. 이규택(李揆澤)총무는 "특검 임명 과정 등을 감안하면 4월초까지 처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승희 기자pmas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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