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 징조 보이는 EC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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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프랑스의 단독 변동환율제 채택과 독자적인 원유외교는 EC의 앞길에 짙은 음영을 던지고 있다.
아직 표면화하지는 않았지만 9개 가맹국이 자칫 평가절하와 보호 장벽 쌓기 경쟁에 휘말릴 기미마저 보이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미국이 콩과 고철로 자원파워를 처음 행사했을 때만해도 EC의 단결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었다. 오히려 9월 12일 유럽 공동통화단위(EURCO)를 창설하는 등 대미공동 전선 강화를 서두를 정도였다.
한데 원유파동이 일면서부터 『통합을 향한 전진』은 금가기 시작했다. 네덜란드에 대한 산유국의 금수 조치에 뒷짐만 지더니 급기야는 프랑스의 충격적인 이탈 사태까지 빚은 것이다.
물론 프랑스로서도 할 말은 있다. 원유가 폭등에 따른 국제수지 악화는 필연적으로 외환정책의 수정을 강요했고 원유 확보 문제 역시 개별적인 해결이 훨씬 손쉬운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결과 프랑스가 한숨 돌린 대신 EC는『산산조각이 난 셈』이다. 말하자면 퐁피두는 동맹국의 혼란 속에서 안정이라는 열매를 따낸 것이다.
지난64년 농산물 가격 분쟁 때도 그랬지만 프랑스의 이니셔티브로 말썽이 일어나면 가장 손해를 보는 것은 서독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서독에서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눈치다. 단독 변동 체제에 걸려있는「6개월 시한부」를 기다렸다가 여차직하면『깨어도 좋다』는 투인 것이다.
그래서 최근 EC위원회는 브란트를 무마하는데 고심하고 있다. 일부 소식통에 의하면 『영국에서 윌슨 노동당 내각이 성립될 경우 어차피 체제 재정비가 있을 테니까 그때까지만 기다리자』는 얘기도 나왔었다고 한다.
어쨌든 지난번 퐁피두의 「자구결단」은 지금까지 『하나의 경제단위』로 치던 EC를 크게 갈라놓은 셈이다.<뉴스위크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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