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 57% '신 햇볕정책' 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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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신(新) 햇볕정책론에 대해 소속 의원 전원(127명, 15일 기준)을 대상으로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16일 진행한 조사에서 전화가 연결된 82명 중 47명(57.3%)이 햇볕정책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이 중엔 햇볕정책을 전면폐기하고 새로운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응답자도 한 명 포함돼 있다. 기존의 햇볕정책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답한 의원은 30명(36.6%)이었다. 5명은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보완이 필요하다고 답한 민주당 의원들은 대부분 ‘대북 화해·협력’이라는 햇볕정책의 기조는 지키면서 부족한 부분은 채울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혀 김 대표와 인식이 비슷했다. 언론 관련 시민단체 출신 최민희(초선·비례대표) 의원은 “북한의 공포 정치에 동의할 수 없다”며 “햇볕정책은 냉전의 시기에 훌륭한 역할을 했던 만큼 그 기본 정신은 살리되 현재 북한과 주변국 상황에 맞게 계승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선 햇볕정책을 거론하는 자체가 해당 행위이자 정체성의 상실로 간주돼 왔으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익명을 원한 여성 비례대표 의원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왜 갑자기 북한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김 대표를 비판했다. 박지원 의원도 “북핵 실험과 햇볕정책은 무관한데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강경 목소리가 당의 진로를 결정해 온 적도 있는 만큼 김 대표의 구상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채병건·이윤석·김경희 기자

◆신 햇볕정책=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3일 신년 회견에서 제안한 햇볕정책 보완론. 김 대표는 “북한의 핵 개발에 따른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며 ‘국민통합적 대북정책’을 거론했다. 햇볕정책의 원칙을 지키며 대북 정책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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