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新·舊주류 특검법 공포 "네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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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이 대북(對北) 송금 특검법 공포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신.구주류의 갈등은 악화하고, 정대철(鄭大哲)대표를 비롯한 신주류 지도부의 리더십도 흔들리고 있다.

특검법 대처와 관련해 신.구주류는 서로 "네 탓"이라며 책임 전가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지도부 사퇴론까지 나와 분위기는 흉흉하고 뒤숭숭하다.

이런 상태에서 민주당이 한나라당과의 특검법 개정협상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동교동계 등 구주류는 특검법 공포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다.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당론을 분명히 했는데도 총무를 배제한 상태에서 총장 등이 야당과 협의해 당론을 뒤집었다.

원칙과 소신을 지킨다는 노무현 (盧武鉉) 대통령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특검법을 공포한 것은 잘못"(金玉斗 의원)이라거나,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당의 모양새가 우습게 됐다. 당론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경우가 어디 있나"(朴洋洙 의원)라는 등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朴의원은 "당을 이 꼴로 이끈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주류의 鄭대표와 이상수(李相洙)사무총장을 겨냥한 공세다. 그럼에도 구주류는 집단적인 대응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이훈평(李訓平)의원은 "당분간 무슨 모임은 없을 것이며, 지금은 상황을 좀더 지켜볼 때"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주류 지도부에 대해선 일부 소장층도 등을 돌리는 형국이다. 초선인 김성호(金成鎬)의원은 "당 지도부가 대통령을 설득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鄭대표 등은 특검법이 공포된 순간 사표를 냈어야 옳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도부가 물러나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신주류의 상황인식은 다르다. "특검법 문제에서 한나라당에 사실상 패배한 것은 구주류 탓"이라는 것이다.

鄭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특검법 공포 직후 鄭대표는 '구주류의 유연성 없는 태도 때문에 야당과의 협상이 어려웠다'고 탄식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가장 먼저 물러날 사람은 아무 대책없이 거부권만 외쳤던 구주류의 정균환(鄭均桓)원내총무"라고 주장하며 "鄭대표가 사퇴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李총장도 지도부 사퇴론을 일축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책임문제를 거론하기보다 당의 갈등 분위기를 화해로 이끄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신주류 지도부는 구주류에 밀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후퇴하면 당권의 확실한 장악과 내년 총선의 '개혁공천'이 물거품으로 돌아간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한나라당과의 특검법 개정협상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신주류의 입지가 다시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 때는 동교동계 등 구주류가 조직적으로 신주류를 몰아붙일지 모른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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