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들 진짜 불만 "원가 70% 수준인 낮은 건보 수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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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한의사협회는 개업의사(동네의원)가 이끌어가는 조직이다. 의협의 집단휴진 배경에는 건강보험 정책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 건보 수가(酬價), 즉 건보가 정한 의료행위의 가격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크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건보 제도의 틀을 바꾸자”고 주장한다. 그는 “건보 수가가 원가의 70%밖에 보장하지 않아 여기에 맞춰 의사들이 싸구려 의료, 값싼 의료를 환자에게 제공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며 “양심 진료를 못하게 하는 왜곡된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수가가 낮아 이런저런 불필요한 검사, 비보험 진료를 환자에게 떠안긴다는 주장이다.

 동네의원 경영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13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2년 35조원의 건보 진료비 중 동네의원이 가져가는 몫이 21.9%다. 2004년 27.3%에 비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매년 진료비가 10% 이상 증가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5% 안팎으로 떨어졌다. 큰 병원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돼서다. 2012년 1625곳의 동네의원이 경영난 등으로 문을 닫았다. 2009년 1487곳보다 늘었다(심평원 자료).

 복지부도 수가가 낮다는 걸 인정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낮은지에 대해서는 의협과 정부의 시각이 다르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동네의원 110곳의 회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건보 수가의 원가보존율이 95.3%, 비보험 진료비를 합하면 110.1%다. 건보 수가가 원가보다 낮은 건 분명한 것이다. 그래서 비보험 진료가 거의 없는 내과·가정의학과 같은 동네의원들의 불만이 크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보 수가를 올리고 동네의원들이 비보험 진료를 줄이는 게 순리”라면서 “하지만 수가를 올린다고 해서 의원들이 비보험 진료를 줄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동네의원 177곳의 2010년 회계자료를 분석했더니 한 곳당 평균순익이 1억2994만원이었다. 2010년 이후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 의협은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의료 수가의 수준, 동네의원의 적정 이윤 등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수가 논의는 건보 가입자단체나 시민단체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 경실련은 13일 성명서에서 “비급여 등의 진료비 부담이 높아 국민은 아파도 병원 이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의료민영화 정책 추진을 위한 의료계 달래기 방편으로 야합을 통해 건보료를 퍼준다면 국민의 분노와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성식 선임기자, 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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