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이코노미스트 지 경고 "북한·월맹서 닉슨의 곤경 악용할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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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런던=박중희 특파원】영국의 시평지 「이코노미스트」는 9일 사설을 통해 월맹과 북한이 「닉슨」의 곤경을 이용하여 어떤 사태를 야기 시킬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동지는 『다음 위기는 극동에서?』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공산 측이 『그들의 인접국에 대한 정책에 무엇이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라는 중요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고 싶어한다는 가정 하에서 이 경고를 내리고있다.
이 질문은 『「닉슨」의 대통령직이 도전을 받고, 중동 전에 미국이 정신을 쏟고, 또 미-「유럽」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이 시기에도 미국이 제3의 위기에 대처할 능력이 있는가』의 여부를 의미한다.
그러한 전망을 뒷받침하는 예로 이 잡지는 월맹과 북한이, 월남과 한국에 대해 그들의 태도를 경화시키는 징조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사태에 대해서 이 사설은 한국에서의 새로운 위기가 월남에서처럼 급박한 것은 아닐 수 있으나 그 기원은 같다면서 다음과 같이 쓰고있다.
『북한은 지난 8월 한국과 외교관계를 갖는 나라에 대해서는 대사관의 평양 주재를 더 이상 허용치 않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독자적인 「할슈타인」원칙을 세워 남북한 양측을 승인하고 있는 19개국에 이것을 제시했다.
북한은 곧 다가올 「유엔」총회에서 주한 「유엔」군사의 해체 안이 논의될 때 주요한 외교적 승리를 거둘 것을 희망하고 있다.
안보리만이 주한 「유엔」군사를 폐지시킬 권한이 있지만 총회에서 그 해체 안이 다수 지지표를 얻는 경우 그것은 상당한 정신적 효과를 미칠 것이며 일부 국가는 그 대사관을 서울에서 평양으로 옮기게 할 것이다.
중동에서의 「아랍」지원국들의 반미감정은 북한이 원하는 표결을 낳는데 기여할 수 있다.
북한은 국토의 비 공산화된 반쪽 국가를 고립시키려 시도하고있다. 선전을 재개하고, 한국이 공산 정부 밑에 통일될 것이란 예언을 새로이 벌이면서 외교 공세를 강화하고있다.
월남전과 한국전에서 있었던 미국의 군사 개입은 이제 낡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예기치 않은 사태가 「아시아」지역에서 돌발했을 때 과연 국내에서 위신이 약화된 미 대통령이 그전처럼 이 지역에서 군사 개입 조치를 취할 수 있을는지를 상상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과거 인도와 「파키스탄」전쟁에서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실패했던 사실을 돌이켜보면 곧 수긍이 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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