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의 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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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요즘 외신은 두개의 대조적인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 모두 미국, 아니 백악관이 깊게 관련된 일이어서 한층 주목을 끈다. 하나는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사건의 수사를 맡은 「콕스」 특별상사를 해임시킨 일, 또 다른 하나는 중동의 휴전성립.
중동휴전은 「닉슨」이 갈파하고 있는 「대화의 시대」를 입증하는 또 하나의 상징이 될 만하다. 대결보다는 대화를 추구하는 「닉슨」의 의지를 새삼 엿볼 수 있다.
이것은 중공과의 화해, 월남전의 종식에 이은 또 하나의 평화 「시리즈」임에 틀림없다.
바로 그런 이유로 해서 「스웨덴」 한림원은 분분한 「가십」에도 불구하고 「키신저」국무장관에게 「노벨」평화상까지 주었다.
그러나 「닉슨」의 이런 화려한 외교「퍼레이드」와는 대조적으로 「워터게이트」사건은 집요하게 그의 뒤를 따라 다닌다. 중동의 치열한 전화 속에서도 「콕스」검사는 「닉슨」에게 백악관의 녹음「테이프」를 증거로 요구했었다. 이것은 「닉슨」의 위신에 도전하는, 「닉슨」에겐 그럴 수 없이 모욕적인 일이다.
「닉슨」은 하나의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콕스」검사는 끝내 불복했다. 오히려 그는 대통령의 그와 같은 행동을 「법정모욕죄」에 해당한다고 성토했다. 「닉슨」으로서는 더 이상 역정을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를 해임해 버렸다.
한편 그 검사의 해임요구를 거절한 법무장관 「리처드슨」의 사임도 받아 들였다. 그래도「닉슨」은 역정이 수그러지지 않았던지 법무차관 「러클즈하우스」를 파직시켰다.
이것은 한마디로 「닉슨」의 노골적인 반발을 의미한다. 무엇으로도 상살되지 않는 「워터게이트」의 악령이 그에게 넌더리가 났을 것도 같다. 실로 자신의 「퍼레이드」가 무색할 지경이다.
결과적으로 「닉슨」은 동정을 받을 수 있는 여지조차 잃게 되었다. 의회는 그의 정치적인 폭력을 또 다른 측면에서 비판하기 시작했다. 「E·케네디」의원과 같은 사람은 『법에 대한 존경심도 없고 인문의 양심도 무시한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이것은 미국인들 자신에겐 「내정」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하나의 교훈이 되고 있다. 그들은 대통령이 미국의 양식을 대표하기 위해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순결과 정직을 지켜야 한다는 요구를 끝끝내 굽히지 않고 있다.
「콕스」검사 자신도 『이 나라가 법이 통치를 하는 나라인가, 사람에 의한 통치를 하는 나라인가』라는 비장한 정문을 던지고 있다. 「닉슨」은 자신의 왼손에 돌려진 「올리브」나무가지를 아무리 흔들어도 국민과 의회의 냉정한 심판을 받아야 하는 막막한 처지가 되고 말았다. 『오! 닉슨』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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