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있는 한국적 풍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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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양화가 박광진씨가 풍경화를 중심으로 작품 전을 열고 있다. 한국의 산야와 농가의 모습을 아주 사실적인 필치로 옮겨놓은 것들이다. 또 북해도·월남·태국에서 그린 것도 몇 점을 곁들였는데 전혀 딴 사람의 그림 같은 느낌. 곧 한국적인 풍치가 어떤 것인가를 새삼 감촉케 한다.
서울교육대 부교수로서 근년 일요화가회를 이끌어온 박씨는 그동안 정적인 풍경화가로만 알려져 왔는데, 이번엔 도자기와 불상 등 고미술 품을 이례적으로 다루어 『옛날에』몇 폭을 내놓았다. 그러한 소재들은 따지고 보면 그가 10년 전 국전에 추천될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하는 내용이며 그런 소재의 변화를 통해 화폭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소지를 만들고 있는 게 아닐까.
어떤 점에서 최근 그의 작품은 따분하게 굳어진 감이 없지 않은데 이번 그의 노력은 새로운 소재의 탐색만이 아니라 수채화풍의 대담한 「터치」에서도 엿보여 다음 발표에의 기대를 갖게 한다.
현실적인 수요의 증가에 비하여 사실적인 작가란 사실상 몇을 꼽지 못하는 실정. 박씨는 그 막내둥이 격으로 이제 개성을 깊이 하는 단계에서 스스로 길을 모색하는 것이겠다. <8일∼14일 신문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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