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 단독공격 나설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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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군사 공격을 승인하는 유엔 안보리 2차 결의안의 표결을 포기하고 단독으로 이라크를 공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결의안 표결을 포기한다면 이는 프랑스와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가 확실한 데다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과반수인 8표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참전 의사를 밝힌 영국.스페인과 대서양의 포르투갈령 아조레스제도에서 긴급 3국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회담에서 3국 정상은 승전 전략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은 14일 "미국이 금명간 2차 결의안을 포기하고 1주일 안에 이라크 공격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미 군사 전문가의 말을 인용, "이라크전은 오는 22~26일에 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패로 판명된 부시 외교=부시 대통령은 지난 6일 대국민 연설에서 "이라크전 결의안을 유엔 표결에 부치겠다"고 공언한 이후 약 1주일간 외교 총력전을 폈다.

그는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유엔 안보리 15개국 지도자들뿐 아니라 일본.호주 등 주변 국가들의 지지 확보에 전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표결 예정일을 하루 앞둔 13일까지 미국은 안보리 비상임 국가들의 지지 확보에 실패했다. 미 CNN방송은 미 행정부가 파키스탄.기니.멕시코.칠레 등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해당 국가들은 곧바로 이를 부인하는 '외교적 대혼란'만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고개 드는 비난 여론=도널드 매켄리 전 유엔대사는 "부시 외교는 장기적 플랜없이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국제사회의 신용을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1월 '늙은 유럽'발언에 이어 영국의 전쟁 불참 가능성을 언급해 토니 블레어 총리를 궁지에 몰았던 럼즈펠드 국방장관에 대해 미 언론은 '갈팡질팡하는 대포알(loose cannon)'이라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리 해밀턴 우드로 윌슨 국제센터 소장은 "럼즈펠드 장관의 발언이 국제사회에 대단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미국이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국제사회에서 위신을 회복하려면 앞으로 몇년이 걸릴 것"이라고 비난했다.

◆어떤 수순 밟을까=부시 행정부는 다음주 초까지 마지막 설득 외교를 펴겠지만 유엔 안보리 국가들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희박하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도 13일 "외교적 노력이 남아있지만 종말이 눈앞에 보인다"고 말했다.

미.영 연합군은 이라크 무장해제 시한으로 설정했던 17일 이후 언제든 전격 공습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부시 대통령은 공습을 전후해 TV에 나와 "미국의 자위권을 수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강조할 것이라고 외교 소식통은 전망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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