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민 구금에 반발 … 아프리카 난민 3만명, 이스라엘서 격렬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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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5일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이스라엘 정부의 불법이민자 구금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엔 약 3만 명이 참가해 “자유는 찬성, 감옥은 반대”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정부가 독재와 인종청소로부터 도망쳐 온 우리를 난민이 아닌 범죄자로 취급한다”며 정착을 허용하고 재판 없이 구금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스라엘의 몇몇 도시에선 레스토랑·호텔 등에서 일하는 이민자들이 3일간의 파업에 돌입했다.

 현재 이스라엘에는 아프리카 이민자 약 6만 명이 살고 있다. 대부분 수단·에리트레아 출신으로 내전과 박해를 피해 국경을 넘은 이들이다. 시위는 이스라엘 정부가 이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촉발됐다. 이스라엘 의회는 지난해 12월 체류비자가 없는 이민자를 재판 없이 1년간 구금할 수 있는 법을 통과시켰다. 또 남부의 네게브 사막에 불법 이민자 수용소를 열어 이들을 무기한 구금할 수 있도록 했다. 인권단체에 따르면 이후 300명이 넘는 아프리카 이민자가 체포됐다.

 이스라엘 정부는 아프리카 이민자들의 높은 범죄율이 치안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또 유대인 국가의 정체성을 해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지난해 11월 내각 회의에서 “수만 명의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기로 했다”며 “유대인 국가의 특성을 유지하고 국민의 안전을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정부는 더 이상의 이민자 유입을 막기 위해 주요 경로인 이집트와의 국경선에 철조망을 쳤다. 자발적으로 귀국하는 이들에게 현금 3500달러를 지급할 계획도 세우고, 이를 거부하면 강제 추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인권단체들은 대부분의 이민자가 고국으로 돌아갈 경우 심각한 위협에 처할 수 있다며 강제 추방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 이스라엘 사무소도 이날 성명을 내고 “난민을 구금하는 것은 1951년 채택된 유엔난민협약에 위배된다”며 새로운 해결 방안을 마련하라고 이스라엘 정부에 요구했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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