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포인트」살얼음판 걷는「라오스」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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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0여 년간의 전란으로 국토가 헌 걸레조각처럼 된 동남아의 산악왕국「라오스」는, 「라오스」정부와 친공「파테트·라오」가 14일 새 연정의정서에 정식으로 서명, 세 번째의 연립정부로 20일 남짓 되면 선을 보인다. 이번의 연립정부의 두 주역은 첫 번째 및 두 번째의 연정 때와 같이「수바나·푸마」(72) 현「라오스」수상과「파테트·라오」세력의 수반「수파누봉」(61).
「라오스」의 역사는「푸마」「수파누봉」이복형제간의 투쟁과 타협으로 점철되어 왔다 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두 주역의 관계는 복잡 미묘했으며 앞으로도 그런 관계가 지속될 공산이 크다.
우경 중도파인「푸마」와 좌파인「수파누봉」은 다같이「라오스」「루앙프라방」왕조의 부왕「분·콩」공의 아들이나「푸마」가「분·쿵」공의 왕족출신 정식 소생인데 반해「수파누봉」은 11번째 부인(평민)의 소생.
54년의 제1차, 62년의 제2차 연정 때와 같이 새 연정에서도 형인「푸마」가 수상직을 맡고 동생인「수파누봉」이 부수상이 되기로 합의를 보았다.
이번 연정의 장래를 현시점에서 점치기는 어려우나 외군 철수와 총선거 실시 등 문젯점은 산적해 있다.
연정의정서는「파테트·라오」측이 23만6천여 평방㎞에 달하는「라오스」영토의 80%, 3백여만 인구의 3분의1을 지배하고 있는 현 군사 실정을 그대로 반영, 「파테트·라오」측은 「비엔티앤」과 완전히 대등한 입장에서 연정을 수립하게 된다.
연정은「전원일치제」에 의해 국정을 운영하도록 이번 협정이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연정을 깨뜨릴 수 있는 큰 함성이기도 하다.
협정에 따르면「라오스」영내의 전 외국군은 60일 이내에 철수해야 하나「라오스」에 주둔하고 있는 4만9천명으로 추산되는 월맹군이 그대로「라오스」에 남아있어 음으로 양으로 「파테트·라오」측을 지원한다면 연정은 화약고 위의「빌딩」과 같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미·소·중공과 같은 강대국이「라오스」의 현상유지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지만 연정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하겠다.
월남의 휴전협정이「잉크」도 마르기 전에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전례는「라오스」의 앞날에 불길한 요소를 더해주는 것 같다.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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