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집 알아보다 집 사자던 아내가 다시 전세 살이 하자네요”

조인스랜드

입력

[안장원기자] ‘전셋집 알아보던 아내가 우리 집 사자고 합니다’.

지난 2일자 중앙일보 경제섹션 1면에 실린 광고 카피입니다. 정부의 주택구입 자금 지원 정책을 알리는 한국주택금융공사의 광고입니다. ‘내 집 마련 디딤돌 대출’과 ‘보금자리론’입니다.

이날부터 정부의 전세금 대출 지원도 시행됩니다. ‘전세금 안심대출’이죠. 집을 사든 전셋집을 구하든 시중은행보다 아주 싼 이자로 자금을 빌려주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디딤돌 대출의 금리는 대출자의 소득과 상환기간에 따라 2.6~3.6%입니다.

생애최초 내 집 마련의 경우는 연 2.6%에 불과합니다. 전세금 안심대출의 경우 연 3.7%입니다. 시중은행의 적격담보대출 금리가 연 4.5%이고 전세금 대출 금리는 4.1% 선입니다.

이 정도면 디딤돌 대출이든 전세금 안심대출이든 매력적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전세를 살고 있는 사람은 집을 사야 할까요, 전셋집에 계속 살아야 할까요.

정부의 대출 지원으로 둘 다 큰 비용 부담 없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세입자들은 정부 정책이 헷갈릴 수 있습니다. 전셋집 알아보던 아내가 우리 집을 사는 것도, 전셋값을 올려주고 계속 전세로 사는 것도 이전보다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죠. 정부가 두 개의 문을 동시에 열어놓았으니까요.

지난해 정부의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의 핵심은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취득세 인하 등으로 주택 구입 문턱을 낮춘 것이죠.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셋값과 씨름하느니 집을 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택 구입을 유도하면서 한편으로는 전세금을 싸게 빌려주겠다고 하니 오른손과 왼손이 반대로 놀고 있는 셈이 됐습니다.

정부도 인정하듯 주택시장 침체의 원인은 주택 구입 여력과 의사가 있는 매매 실수요자들이 전셋집에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매매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정부는 공유형 모기지 등의 대책을 내놓았던 것입니다.

전세 안심대출 지원 범위 너무 넓어

정부의 전세→매매 전환 정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일관된 정책이 필수적인데 양손이 서로 엇갈리고 있네요.

물론 정부의 고민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전셋값을 마련하지 못하는 세입자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전세금을 지원해 주겠다는 뜻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범위가 너무 넓습니다. 주택 구입 여력이 없는 세입자와 주택 구입 여력이 있는 세입자를 구분해 정책을 펴야 합니다. 주택 구입 여력이 있는 세입자는 매매로 유도해야 하고 주택 구입 여력이 없는 세입자는 주거안정을 지원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전세금 지원 대상을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세금 안심대출은 서울·수도권의 경우 전세금 3억원 이하를 대상으로 합니다. 별다른 자격제한은 없습니다. 현재 서울·수도권 평균 전셋값은 1억8000만원 선입니다. 3억원은 지원 대상을 너무 넓게 잡고 있습니다.

서울·수도권 평균 집값이 3억1000만원 선입니다. 평균 가격의 집값과 맞먹는 전셋집에 살려는 사람에게까지 전세금 지원 범위를 넓히면 주택 구입 여력이 있는 세입자도 포함됩니다. 전셋집 알아보다 우리 집 사자던 아내가 다시 전세 살자고 할지 모르겠네요.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