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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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최근에 발표된 일로 「센서스」의 결과를 보면 해변사람이 월등하게 장수하고 있다.
조금도 놀랄 일은 아니다. 흔히 자연계에는 『7인의 명의』가 있다고 들한다. 일광, 공기, 물, 대지, 식물, 마음및 운동이 그것이다. 이 모든게 가장 풍부한 것이 바닷가이다.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메피스토펠레스」도 누구나 자연에 돌아가서 알맞는노동을 하면 오래 살 수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대도시의 사람들이 장수하지 못하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은 아닌성 싶다. 도시생활의 「스트레스」, 맑지 못한 공기, 균형을 잃은 영양, 그리고 뭣보다도 운동량의 부족이 도시인의 수명을 좀 먹어 가며 있는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명한 노인의학자 「스티그리츠」박사에 의하면 근육노동능력은 20대의 전반에 절정에 이르며 50세가 되면 그 힘은 반감한다. 70세에 이르면 거의 영이 된다.
그러나 지적작업의 능력은 40세까지 점증한다. 그리고 그 수준은 60세까지 지속된다.
따라서 나이 들어감에 따라 휴식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일만은 계속 해나가야 한다. 정년퇴직한 사람이 갑자기 늙어지는 것도 실제로 늙어서가 아니라 자기는 이제 늙었다는 의식때문이라는 것이다. 바닷가 사람들은 늙은 다음에도 일손을 멈추지 않는다. 또한 늙었다고 느끼기에는 너무나도 생활이 바쁘다. 이런게 해초나 바닷바람에 못지않게 이들을 오래 살게 만들었으리라고도 짐작된다.
그러나 뭣보다도 사람을 젊게 만들어주는 것은 역시 마음이랄까「기」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몇달전의 외신이었지만 영국의회사당안에서 59년도 「노벨」평화상을 탄 「필립·노얼 베이커」씨가 반전「데모」를 했다.
그의 나이는 84세였다.
지난 복활제때 세계적인 지휘자 「스토코프스키」는 「런던」에서「차이코프스키」의 <비창>교향곡을 지휘했다.
그의 나이는 이미 90세를 넘었다. 지휘대에 올라가는데 기어가듯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휘봉을 잡은 순간 구부정하던 허리가 짝 펴졌다. 그리고 그 대곡의 연주가 끝나자「앙코르」곡을 세개나 지휘했다고 한다.
「버트런드·러셀」은 80이 훨씬 넘어서까지 철학적 저술을 했다. 올 봄에 죽은 「피카소」도 죽는 날까지 젊음에 넘치는 그림을 그려냈다.
서양에는 이처럼 고희를 넘어서까지 젊음을 잃지 않고 활동한 사람들이 많다.
삶에 대한 집념이 우리보다 훨씬 앙칼진 때문에서만은 아닐 것이다. 늙어서까지도 자기의 능력을 믿고, 이 세상에 아직도 자기가 보탤 것이 있다고 믿는 가운데 노추를 이겨내는 힘이 생기는게 아닐까.
거기에는 물론 삶 그 자체에 대해 피로를 느끼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다.
「자적」이라는 말도 그런 뜻에서 장수의 비결이 될 수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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