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불법대출 1800억 아닌 4000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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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민은행 도쿄지점 불법 대출사건 규모가 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앞서 금융감독원 조사 과정에서 확인한 불법 대출액(18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불법 대출로 발생한 부실 채권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540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져 피해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이원곤)는 기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100여 차례에 걸쳐 4000억원을 불법 대출해 준 혐의(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로 전 국민은행 도쿄지점장 이모(57)씨와 부지점장 안모(53)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 수사 결과 이씨 등은 2010∼2011년 서로 짜고 현지 기업체에 불법 대출을 해줬다. 기업체의 담보가치를 부풀리거나 같은 건물을 담보로 잡고 중복 대출해 주는 수법을 썼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 등은 대출액이 일정 규모를 넘으면 본사 심의를 거치도록 한 내부 규정을 피하기 위해 갚을 능력이 없는 기업체 직원이나 한국인 유학생 등 30~40명 명의로 대출을 쪼갰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씨에게 불법 대출 대가로 9000만원을 건넨 혐의(특경가법상 증재)로 기업가 홍모(52)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기업체 대표의 부탁을 받고 16억여원 상당의 엔화를 국내로 몰래 들여온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직원 오모(42)씨도 불구속기소했다. 오씨가 밀반입한 돈 중 일부는 이씨 등에게 전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 돈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이씨가 국내로 유입된 비자금을 상품권으로 바꿔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도 조사했다. 그러나 백화점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이씨의 동생이 수수료를 적게 낼 목적으로 상품권을 대량 구입해 쓴 것으로 확인돼 비자금·로비 의혹과 무관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 이씨 등이 추가로 기업체로부터 받은 뒷돈은 없는지,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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