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은 약해놓고 볼일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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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해에 떠있는 「아이슬란드」라는 꼬마나라는 통칭 「대구전쟁」에 비위가 상해 우리 대구를 잡아가려거든 제 땅에 있는 「나토」(북 대서양 조약기구)기지도 걷어가라고 대들어 이 동맹체엔 지급 만만찮은 법석이 나고 있다. 그럴게, 이 나라가 정말동맹체를 걷어차고 나온다고 해본다. 「나토」방위 망에 구멍이 뚫린다. 소련이나 중공이 그 틈에 늠실거릴 것은 보나마나다. 「나토」로선 얕잡아 볼일이 아니다.
그런데 공교로운 것은 대구전쟁의 시비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문제를 풀 실마리가 꼬리를 내밀 기미는 적다는 거다. 「아이슬란드」는 영해 50「마일」을 「내 바다」라고 우긴다. 뿐이랴, 그 속에서 고기잡이하는 영국어선들에 함포까지 쏘아붙인다. 아무리 늙었다 해도 영국이 앉아서 얻어맞고만 있을리 없다. 그래 포함을 보냈다.
기어이 거기서 대구 좀 잡아먹어야겠다는 이유에서만은 아니다. 그 보다도 국제법상 인정된 일없는 50「마일」영해권을 우기는 「아이슬란드」의 「억지」에 굽힌다는 건 원칙상 안될 일이라는 거다.
그래서 영국어선 떼들은 그쪽으로 오늘도 대구 잡이를 나가고, 그러니까 「아이슬란드」가 그렇다면 이런 강군 한번 받아보라고 내민 수가 「NATO」기지 걷어 가거라」라는 공갈이다.
NATO가 가면 안보는 어쩌려고 그러느냐고 해봤자 헛일이다. 아니, 생계를 제쳐놓고 집단 안보라는게 무슨 소용이냐라는게 이에 대한 「레이캬비크」(아이슬란드 서울)정권의 대꾸다.
사실 서울의 한 구만도 못한 20만의 이 나라 국민의 살림살이가 고기잡이에 의존하고 있는데다가 요새 흔한 동서 해빙 어쩌고 하는 소리까지를 겹쳐 생각하면 「아이슬란드」로 선 할만한 얘기다. 나라가 작고 보면 집단안보니 뭐니 그렇게 걱정 않고 버텨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나 영국으로 쳐선 사태 치고 맹랑하다. NATO는 아직도 중요하다
「노블리스·오블리지」(Noble-sse obige)-높고 강한 신분에는 도덕상의 의무가 따른다. 결국 영국이 일단은 손을 들게 될거라는게 공론이다- 좋건 실건 간에.
이에 이곳 국수주의적 보수지 「데일리·익스프레스」의 한 독자는 투고 난에서 『이제, 새우들이 판을 치는 판국이로구나』고 개탄했다. 판국이 이렇고 보면 『힘은 약해놓고 볼일』인지도 모른다. 【런던=박중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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