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안녕들 하십니까"의 '들' 배려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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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관심이다. 고려대에서 시작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는 각 대학은 물론 중·고등학교, 해외 교포 사회에까지 번져 나가고 있다. 아날로그적 손 글씨인 대자보가 디지털 매체인 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되는 절묘한 형태다. 정성과 체취, 감성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손 글씨가 출발점이라는 점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독자분께서 “안녕들 하십니까”가 바른 표현이냐고 질문해 오셨다. ‘들’은 복수를 나타내는 말로, 셀 수 있는 명사에 붙는 것이 아니냐고 하셨다. 따라서 그냥 ‘안녕하십니까’라고 해야 맞다는 것이다. ‘들’은 독자께서 말씀하신 대로 우선 복수의 뜻을 더하는 접사로, 셀 수 있는 명사나 대명사 뒤에 붙어 쓰인다. ‘사람들/그들/너희들/사건들’이 그러한 예다.

 ‘들’은 여기에 더해 체언·부사어·연결어미 등 다양한 문장성분에 붙어 그 문장의 주어가 복수임을 나타내는 말로도 사용된다. “다들 떠나갔구나” “멀리들 왔구나” “고생들 많았구나”가 이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다들’ ‘멀리들’ ‘고생들’의 ‘들’은 모두 그 문장의 전체 주어가 여러 사람이란 것을 나타내는 역할을 한다.

“안녕들 하십니까”에서 ‘들’ 역시 이 문장의 주어가 여럿임을 의미한다. 즉 많은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이해인 수녀는 며칠 전 TV에 나와 대자보에 대해 의견을 밝히면서 이 ‘들’에 대한 생각도 피력했다. “안녕들 하십니까”에 ‘들’이 들어감으로써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안녕과 나라의 안녕도 같이 헤아려야겠다는 마음에 불을 붙여준 것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다른 사람을 좀 더 배려하는 사회가 되도록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언어가 주는 힘이라고 생각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처럼 “안녕들 하십니까”에는 전체 문장의 주어가 복수임을 나타내면서 배려의 의미로 확대되기도 하는 ‘들’의 묘미가 들어 있다.

한 해 동안 ‘우리말 바루기’를 아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겨울 추위와 어수선한 세태에 안녕들 하시기 바랍니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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