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가격과 「달러」파동의 악순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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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원유공급가격에 대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국제석유자본간의 협상은 2일 11·9%의 가격인상에 합의하는 외에도 「달러」가치 변동에 따라서 원유공급가격을 매 1개월마다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달러」시세가 주요국통화에 대해 1%이상 변동하는 경우에 자동적으로 원유공급가격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원유공급가격자체가 자동적으로 변동환율제에 「링크」되었다. 그러므로 국제통화파동과정에 유류가격이 완전히 흡수되어 버렸다 하겠으며 유류수급상의 장기적 불균형과 합세하여 유류가격은 앞으로도 계속 높은 상승율을 보일 것이 분명해졌다.
더욱이 그동안에도 「오일·달러」가 1백50억「달러」수준에 있어 「달러」파동에 작용하고 있는 실정인데 이번에 가격인상으로 이들 산유국들의 「달러」수입이 연간 50억「달러」정도나 늘어나게 되었으므로 「달러」파동은 더욱 자극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므로 「달러」파동과 유류가격인상은 악순환관계를 갖게 될 가능성이 짙어졌다 하겠으며 그 여파는 전적으로 「달러」권 경제에 파급하게 될 것이다.
즉 유류공급가격은 「달러」표시이며 「달러」화가 「엥」화나 「마르크」「프랑」「파운드」화 등에 대해서 평균적으로 저락하는 경우 유류가격은 자동적으로 조정되므로 「달러」권에 속하는 경제에서만 유류가격 변동이 야기되는 문제점을 우리로서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달러」권에 속하는 경제이므로 이번 유류가격 협상결과에 대해서 특히 엄밀한 분석을 가해 앞으로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겠다.
우선 우리는 유류공급가격인상 자체보다도 「달러」권에 속함으로써 통화파동에 따른 부담에 우리가 말려드는 문제를 깊이 검토해야 하겠다. 「달러」화는 앞으로도 당분간은 안정을 회복하기 힘든 여건에 있어 「달러」파동에 따른 유류가격상승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달러」권에 머물러 있는 한 이 문제를 회피할 길은 없다는 점에서 현재의 외환정책을 깊이 검토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하겠다.
다음으로 원유도입가격과 국내판매가격의 관계를 어떻게 조정할 것이냐에 대해서도 국민복지라는 각도에서 신중히 배려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에는 원유가격상승을 전적으로 소비자에 전가시켜왔는데 이는 공평성을 잃은 것이라 할 것이다. 이번 원유가격 협상에서 OPEC는 11·9%의 가격조정은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시키지 않고 정유회사가 충분히 소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OPEC의 의견은 매우 주목해야 할 사항이라 하겠으며, 우리로서는 외자계 석유회사의 이익보장에 앞서 국내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는데 최선의 방법을 강구해야 하겠다.
끝으로 「에너지」정책의 장기적인 조정작업을 서둘러 석유의존성을 지나치게 높이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에너지」의 석유의존율은 급속히 상승해서 이제 선진국비율에 앞서고 있는 실정인데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임금수준이 더 오르기 전에 국내자원을 활용하는 한편 원자력·수력 등 이용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인 검토를 가해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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