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후세인, TV서 무기 폐기 약속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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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을 앞두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내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영국이 12일 이라크의 무장해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6개항의 조건을 새로 제시했다. 프랑스.러시아.중국을 중심으로 한 반대 기류로 당초 11일로 예정됐던 안보리 2차 결의안 표결은 2~3일 연기됐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11일 "미국은 영국 없이도 이라크와 전쟁을 치를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가 파문이 빚어지자 "영국은 전쟁에 참여할 것이다. 영국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한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2차 결의안 보완해 표결"=마이크 오브라이언 영국 중동담당 장관은 12일 의회 발언을 통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TV 연설을 통해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인정하고 폐기를 약속하며▶대량살상무기 개발에 관여한 30여명의 과학자를 키프로스로 출국시켜 유엔 무기사찰단의 조사를 받도록 허용하고▶탄저균 등 이라크가 은닉한 것으로 추정되는 1만ℓ의 생물.화학무기를 즉시 폐기하며▶생물.화학무기 살포가 가능한 무인 항공기를 즉각 해체하고▶이라크 국영 기업들의 금지무기 생산을 처벌하는 법령을 제정하는 등 6개항을 이라크 측에 제시했다.

오브라이언 장관은 "이 조건들을 2차 결의안에 포함시켜 안보리 표결에 부칠 예정"이라고 말해 미국 등과 결의안 보완 작업이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그는 "13일에 결의안 표결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전쟁 언제 터지나=국제 문제 전문 인터넷 매체인 월드 트리뷴 닷컴은 "미국이 18일 전쟁을 시작한다는 명령을 일선에 하달했다"고 11일 보도했다. 월드 트리뷴 닷컴은 "중부사령부에서 걸프지역 모든 미군들에게 공격 명령이 중계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유엔 관계자의 말을 인용, "미국은 유엔에서 결의안이 통과한 뒤 3일에서 7일간 이라크에 시간을 더 줄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따라서 13일이나 14일에 유엔 표결이 이뤄질 경우 전쟁 발발은 21일 전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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