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에의 일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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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점차 높아져 가는 주체 의식 속에 이제 우리 고유 문화에 대한 일반의 관심도 괄목할 만큼 호전됐다고 하겠다.
외래악 만을 맹종하던 종래의 허세가 진정한 「내것」을 이해하고 향유하겠다는 자각으로 바뀌어 가는 식자층 문화관이 그렇고, 창작의 너울 아래 모작과 재현이 판을 치던 어제의 음악 풍토가 참다운 민족 정서에 뿌리를 둔 자기 표현의 예술로 지향하려는 음악인들의 뒤늦은 자생이 또한 그렇다.
이처럼 우리의 예술관이 재 정립돼 가는 요즘, 지난 2일 밤 국립 극장에서 열린 제1회 「신인 국악 연주회」는 큰 의의를 지닐만한 악계의 경사라 하겠다.
끊겨질 듯 희미하던 국악의 맥박이 각 대학에서 배출된 학사 음악도들로 이어져 지금의 자랑스런 신인 음악회를 마련했다는 사실은 민족 음악 수립의 밑거름이 되겠기 때문이다.
정규 대학 음악사에서 국악을 전공한 금년도 졸업생들이 출연한 이번 음악회는 처음 기획됐다는 제약을 감안할 때 꽤 값진 자리였다고 생각된다.
문인균의 신작 『관을 위한 합주곡』은 좀더 집약적이며 정리된 악상 표현에 역점을 둬야겠으며 그토록 심혈을 기울인 자기의 분신이 한갓 「페이퍼·워크」에 그치지 않도록 진지한 예술가적 진통이 앞서야겠다.
전북 일대에서 즐겨 탄다는 신광용류의 가야금 산조를 연주한 오현숙은 주법이나 악상 표현에 있어서 곡을 살리지 못했으며 산조 바탕 자체의 예술적 향취도 전문가들의 시시비비가 있을 것 같다.
김죽파의 가야금 산조를 탄 성숙희는 깔끔한 연주로 구성미 있는 솜씨를 보여줬는데 정확한 주법, 정교한 음 처리, 적절한 「다이내믹」을 만들어 가며 자기 해석을 펼쳐간 호연이었다.
『대금과 성악을 위한 협주곡』은 우선 「멜러디」 창조의 재질이 뛰어나고 분위기 조성에 재치를 보이며 「클라이맥스」도 훌륭히 처리한 작품이었는데 악상의 순리적 흐름이 파괴했고 간간이 삽입된 해학적인 「메시지」는 곡상에 역조를 이뤘다.
머리에 떠오른 발상을 좀 더 차분한 정서로 여과시킨 다음에 작품화했으면 하는 생각이 앞선다.
한명희 <국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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