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제한적 특검'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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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대통령과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대표권한대행은 12일 청와대에서 대북 비밀송금 특검법안 수정 문제와 경제 불안 등 정국 현안을 놓고 오찬 회동을 했다.

盧대통령은 특검법안 처리와 관련, 대북 송금의 국내 자금 조성 부분에 대해서는 특검이 수사하되 해외 송금 부분은 형사소추 및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자고 제의했으나 朴대행이 거부했다. 이로써 오는 15일 시한을 앞두고 특검법안에 대한 盧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주목된다.

盧대통령은 "자금 조성 문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김대중(金大中)전 대통령을 가까이 모셨던 사람까지 포함해 가감없이 철저히 밝히되 (북한과의) 외교적 신뢰를 고려, 송금 부분은 여야가 협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이어 "(특검이) 시작되면 중국에서 누굴 만났는지 등을 조사, 북한과 민감한 외교 문제로 번지게 된다"며 "북한과의 거래 관계에서 나오는 것은 형사소추하지 않도록 14일 국무회의 전까지 여야가 수정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朴대행은 "특검법안은 이미 민주당 주장을 수용한 것"이라며 "특검이 양심과 인격에 따라 국익이 뭔지 판단해 잘 수사할 것이므로 전적으로 맡기자"고 盧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했다.

朴대행은 또 "어차피 특검이 북한을 조사할 수는 없는 만큼 수사 범위는 자연스럽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은 "한나라당은 특검법 공포 후 수정안 협상, 민주당은 수정안 마련 후 거부권 행사 입장인 것 같다"며 "민주당이 특검을 하자는 쪽으로 당론을 모은 만큼 거부권 행사 시한 직전인 14일까지 여야 간 조율을 기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제 불안 문제에 대해 朴대행이 "개혁을 사정으로 보는 시각이 있으며, 금감위.공정위.국세청 조사계획이 경제의 불안 요인이 되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하자 盧대통령은 "기획 표적조사는 없다"고 해명했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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