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로저스」 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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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차 김 외무장관의 구미 방문 외교는 월남 휴전협정 성립 후의 새로운 세계 정세상황에 대비하여 한국의 국제적 지위를 추켜 올리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리고 김·「로저스」회담에서 그가 미국으로부터 주한 미군 불감축 확약을 받았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반가운 일이다. 주한미군은 한국의 안보 및 남북대화를 결실시키기 위한 힘의 뒷받침을 주기 위해서 현 수준대로 유지할 필요가 절실한 것이다. 월남 휴전성립 후 동「아시아」로부터 미군사력의 후퇴경향은 혹시 미국이 한반도에서도 병력을 감축치 않겠나 하는 일말의 불안을 느끼게 했던 것인데 이번 회담은 그런 의혹을 일소해 주었다는 점에서 한국의 입장에서는 우선 안도감을 느끼게 한다.
다음으로 한국군 현대화 5개년 계획에 대한 지원약속을 미국정부가 지키겠다고 한 것도 우리로선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미 국무차관 「커티스·타」씨는 22일 미국 의회가 안보지원 신규 자금 지출승인을 보류함으로써 한국군 현대화 5개년 계획이 피해를 보게 되었다고 말한 사실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닉슨」행정부가 의회에 요청한 한국군 현대화계획 원조자금은 2억 1천 5백 70만여 「달러」인데 미국 의회가 정부에 대해서 지출수권을 해주지 아니하면 한국군 현대화 5개년 계획 완성에는 큰 차질이 생겨날 것이 분명하다. 원래가 한국군 현대화 5개년 계획에 대한 미국의 대한 지원약속은 70년∼71년, 주한미군 2만 병력을 감축하면서 한·미간에 성립된 약속이다.
따라서 만약에 미국 의회가 「닉슨」행정부의 지출수권 요청을 끝내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미국은 대한공약을 이행치 않는 결과가 될뿐더러, 한국의 자주국방 강화에 중대한 위협을 주게 된다. 미국 의회가 안보지원 신규대금 지출승인을 보류하고 있는 까닭은 한반도의 정세가 안정되어 있고 남북대화가 남북간의 대립긴장을 많이 완화시켜 놓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인 줄로 안다.
그러나 한반도의 정세는 계속 유동상태에 있으며, 정세의 안정도 대화지속에 의한 긴장풀이도 군사력의 균형을 전제로 해서만 기대할 수 있음을 고려 할 때, 위와 같은 판단은 잘못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미국 의회는 한반도 사태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고 국군 장비현대화 계획을 강력히 지원해 줌으로써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고 한국의 안전을 공고히 함으로써 장차 미국의 군사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해 주기를 바란다.
한국의 대 「유엔」전략에 관하여는 한국문제 토의를 덮어놓고 연기시킨다는 것이 결코 현명한 정책은 아니라고 우리도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김 외무가 미·영 등과 협의한 끝에 「한국문제 불 상정」에 신축성을 갖기로 했다는 결정을 환영하고, 상정치 않을 경우와 상정하는 경우를 아울러 고려해서 적절한 대책을 세워주기를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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