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신도시 첫 입주…‘강남권’ 주택난 덜어줄까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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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서울 지하철 8호선과 분당선 환승역인 복정역(서울 송파구 장지동) 1번 출구를 나오면 오른편에 대규모 공사현장이 나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송파구 장지·거여동, 경기도 하남·성남시 일대 677만4628㎡에 개발 중인 위례신도시다.

분당신도시(694여 만㎡)와 비슷한 규모로 2008년 개발이 시작됐다. 2017년까지 10만여 명이 거주할 주택 4만30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인근에 문정법조타운 등 굵직한 개발 호재가 많아 분양시장에서 ‘블루칩’으로 꼽히는 곳이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분양한 민간 아파트 대부분이 청약 1순위에서 수십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계약도 잘 됐다. 단지마다 초기 계약률이 90%를 넘었고 분양한 지 한 달여 만에 대부분 분양을 마무리 지었다.

강남 대체 신도시 2008년부터 개발

이 같은 위례신도시가 입주를 한다. 9일부터 보금자리주택 2개 단지 총 2949가구가 집들이를 시작했다. 신도시 첫 입주인 만큼 주변은 어수선한 편이다. 이렇다 할 편의시설은커녕 곳곳이 공사판이다.

지난해 대우건설을 시작으로 올해 현대산업개발·현대건설·삼성물산 등이 잇따라 분양한 민간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위례신도시에선 아직 분양 물량의 절반 정도가 남아 있다. 앞으로 줄줄이 신규 분양이 잇따르고, 적어도 3~4년은 공사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판에 편의시설이니 주거 쾌적성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위례신도시는 현재 그저 공사판이다. 그럼에도 신도시 첫 입주가 의미를 갖는 것은 ‘위례신도시’이기 때문이다. 위례신도시는 서울 강남권(서초·강남·송파구) 주택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만든 도시다.

분당·일산·판교신도시처럼 단지 서울 접근성이 좋은 곳에 대규모로 주택을 들인 신도시가 아니라는 뜻이다. 강남권과 가장 인접한 신도시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남수 신한PB 서초센터 PB팀장은 “강남권 주택난 해소를 위해 건설한 곳인 만큼 위례신도시 입주가 강남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미래 가치 높아”

위례신도시의 발전 가능성과 미래 가치가 높다는 얘기다. 특히 9일 입주를 시작한 보금자리주택은 말 그대로 ‘로또’다. 2011년 12월 본청약 당시 분양가가 3.3㎡당 1083만~1280만원 선이다. 당시 송파구 매매 시세의 60% 정도에 불과했다. 올해 위례신도시에서 나온 민간 아파트 분양가(3.3㎡당 평균 1700만원 선)보다는 3.3㎡당 최소 400만원 저렴하다.

물론 당장 팔아서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단지는 아니다. 앞으로 5년간 팔 수 없다. 전세나 월세도 없다. 계약자가 들어가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근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강남권과 가까우면서도 강남권 단지보다 쾌적성이 뛰어난 게 장점”이라며 “강남 못지 않은 인기 주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주의무기간이 있는 보금자리주택이어서 당장 주변 전·월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그러나 아예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적지 않은 보금자리주택이 입주하는데 주변에서 입주 대기 중이던 계약자들이 빠지면서 주변 전·월세 시장 안정세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사업이 더뎌 멸실 주택이 적었던 데다 보금자리주택이 대거 입주해 전·월세 수요가 줄어드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문정동 A공인 관계자는 “불법으로 전·월세 거래가 이뤄진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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