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0)조수보호에 학생들 협조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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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족제비를 잡아 박제를 만들어 판 사람이 입건됐다는 보도를 읽은 지가 며칠밖에 안되는데 이번에는 박제 꿩 3천6백96마리를 냉동창고에 감춰두었다가 적발되어 3명이 입건되고 6명이 수배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니 놀라지 않을 수 없으며 한편 부끄러움조차 느낀다. 지난 5일 밤 이대 도서관 창문을 들이받고 떨어진 「말똥가리」 한 마리를 수위가 잡아가지고 필자의 연구실로 가져왔기에 미꾸라지를 사다 먹이며 살려보려고 했으나 3일만에 죽고 말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허벅다리에 관통상을 입고 있었다. 아직도 총을 들고 마구 쏘러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각 언론기관이 「캠페인」을 벌이며 계몽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금렵령을 내려 단속하고 있는 것도 아랑곳없이 몰래 밀렵을 하거나 독약으로 야생조수를 마구 잡는 몰지각한 범법행위를 자행하고 있으니 어찌 나라의 수치가 아니겠는가. 범법자들은 응당 의법 처단되겠지만 법을 집행하는 당국에 몇 가지 의견을 제의코자 한다. 인삼을 파먹는 꿩을 잡거나 고막양식장에 피해를 주는 오리떼를 쏘는 것쯤은 정식으로 수렵을 허가해 주고 한편으로는 적극적인 조수보호 대책을 강구해야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 대책의 하나로 전국에 있는 저명한 조수서식지를 조사해서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전국에 있는 국민학교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한 학교가 한 지역씩 맡아가지고 보호하고 가꾸고 아끼도록 한다면 조수보호에 실효를 거둘 수 있을뿐만 아니라 자연을 교강(교장) 으로 확대시키는 방법도 될 것이다. 오래전의 일이지만 미국에서는 숙녀들이 쓰는 모자에 장끼꼬리·황로깃털을 장식하는 것이 유행된 일이 있는데 이것은 결국 야조를 죽이는 것올 조장하는 행위라고 학자들이 호소하자 유행은 금새 그쳤다는 것이다. 자연보존을 위한 국민의 협력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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