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에 실패한 학생들에게 주는 말|의지력 키우는 시련의 계기로|박동묘<대한교련회장·성대총장>

매년 학년도 말이 되면 각 학교마다 입학시험을 치르게 되는데, 이 경우 수많은 응시자가 낙방의 쓰라린 괴로움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또한 이 괴로움은 비단 수험생만의 것이 아니라 학부형을 비롯한 온 가족의 것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자녀를 기르고 있는 한 어버이로서, 더우이 현재 교육계의 제일선에 임하고 있는 동시에 전국 교육자의 대표로 있는 사람으로서 이에 한마디 당부해 두고 지나지 않을 수 없어 붓을 들었다.
진학의 꿈을 안고 입학시험에 응시했으나 불행히도 낙방의 고배를 마시게 된 여러분이 현재 느끼고 있는 괴로움은 내 자신 남 못지 않게 동감하고 있다. 사실 청소년 학도에게 과해지는 시련 가운데 가장 가혹한 것의 하나가 곧 이 입학시험에서의 낙방인 것이다. 그러나 입시에서의 급락 여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며 여러분이 겪은 낙방의 고배가 인생의 패배를 뜻하는 것도 아니다.
흔히들 온실 속에서 길러 낸 경우와 대자연 속에서 자라난 경우의 비교에서 후자의 강인한 생명력을 부러워한다. 이는 대자연의 가혹한 시련을 끝내 이겨낸 보람이라 하겠다. 하나의 삶의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사실 시련다운 시련을 겪어 보지 못한 경우의 삶의 의지는 삶을 영위해 감에 있어 언제나 부닥치게 될 허다한 역경 앞에 무기력하게도 무릎을 꿇게 되게 마련인 것이다.
하나의 시련은 또 하나의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의지력을 배양해 주며 강인한 의지력 없는 곳에 대성이란 바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시련은 삶에 대하여 정신적 보약제의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인생에 있어 1년 또는 2년이라는 세월이 얼마나 짧은 시점인가를 정확히 인식한다면 1,2년 뒤졌다고 초조해 하거나 실망해서는 아니 된다. 그래서 재기를 위한 여러분들의 분발이 빠르면 빠를수록, 그리고 그 결심이 굳으면 굳을수록 여러분의 앞길은 더욱 넓게 열릴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학부형들도 그 슬픔과 괴로움이 낙방한 당사자에 못지 않으리라 믿지만 흑 그 책임의 일부를 져야 할 일은 없었는가? 즉 자녀의 진학문제가 학부형의 뜻을 위해 희생된 일은 없었는가 돌이켜 봐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험생이 진학할 학교 또는 학과의 선택은 수험생 자신이 지니고 있는 소질과 능력에 따라 객관적이며 합리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지 결코 주관적이며 일방적으로 결정할게 못된다.
따라서 오늘의 슬픔의 만의 일이라도 진학의 문제를 수험생의 소질과 능력을 도외시하고 학부형의 뜻을 위해 결정한 결과였다면 우선 무엇보다도 앞서 이것이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다시 당부하고 싶은 것은 궁극적으로는 자녀들의 일생이 문제인 것이지 한두 번의 낙방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깊이 명심해 달라는 것이다.
귀여운 자녀들이 한두 번의 낙방이란 시련 앞에 무기력하게도 무릎꿇어 버리고 말거나 자포자기의 심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말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될 것이며 보다 한 차원 더 높은 성취를 기할 수 있도록 각별한 보살핌을 기울여 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