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필요할때 시장개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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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부와 금융권은 10일 저녁부터 긴박하게 돌아갔다.

시중은행들은 10일 밤 긴급회동을 갖고 SK사태를 논의했고, SK글로벌을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공동관리하는 방안도 협의했다.

정부는 김광림 재정경제부 차관.유지창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박철 한국은행 부총재 등이 11일 아침 일찍 금융정책협의회를 열었다.

회의 뒤 金차관은 "환율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필요시 적절한 시장안정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뒤 "지켜보는 것(wait and see)보다는 높은 단계"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는 카드사 대책도 한층 강한 톤으로 밝혔다. 필요할 경우 카드사 대주주들의 증자 등 강력한 자구노력을 유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무이자 할부 등 출혈 영업행위를 자제하도록 지도하고 금융감독도 강화하기로 했다. 국회에 제출돼 있는 자산운용업법을 하루속히 제정하고, 기업연금제도도 빨리 도입하자는 등 중장기 제도개선 방안도 거론됐다.

정부 관계자는 "증시와 외환시장이 서로 맞물려 악화되고 있어 이 고리를 빨리 끊어야 한다는 위기감이 담겨 있지만, 단기 증시부양을 않는 이상 제도개선 외에 내놓을 것이 없다는 게 정부의 한계"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각 시중.국책은행장들도 한은에서 따로 만나 최근 금융상황을 논의했다. "북핵문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예상보다 심각한 부담을 우리 경제에 주고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점심 무렵에는 김진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직접 나섰다. 金부총리는 은행장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최근의 경제상황, 특히 악화일로에 빠져든 증권시장을 살리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김정태 국민은행장 등은 은행권의 총자산 1천조원 중 불과 6조원만이 주식에 투자되고 있는 현실을 소개했다. 참석자들은 "은행이 증시를 외면하면 증시도 나빠지고, 기업도 투자자금을 조달할 길이 막힌다"는 데 공감했다.

金부총리는 이날 오후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장기투자와 기관투자가를 육성해 증시의 튼튼한 수요기반을 만들어주는 방안을 계속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가계대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주택구입 대출 등의 만기를 장기화해 평생 소득에서 나눠 갚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장기 금융상품 도입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사진설명>
김종창 기업은행장, 홍석주 조흥은행장, 김정태 국민은행장, 이덕훈 우리은행장((左)로 부터)이 11일 서울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김진표 경제부총리와의 오찬간담회에 참석, 최근 경제동향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태성 기자<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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