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소비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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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요새「뉴요크」시의「오피스」가에서는 점심때만 되면「칵테일·라운지」들이 중견사원 족들로 몹시 붐빈다 한다.
이들은 점심을「마르티니·런치」두어 잔으로 때운다. 가로되-「마르티니·런치」. 긴장이 겹쳐 식욕이 없으니까, 자연「알콜」로 마음을 풀려는 것이다.
그렇다고 꼭 이들이「알콜」중독자들이라 서가 아니다. 미국의 회사원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 산다.
그 긴장을 달리 풀 길이 없는 것이다.『프랑스 인은 술로 망한다』는 제목의 기사를『렉스프레스』지는 3년 전인가 게재한일이 있다.
여기 따르면「프랑스」사람들은 연간 1인당 28ℓ의 주류를 소비하고 있다. 이것은 독일인의 2배, 미국인의 3배나 된다.
이처럼「프랑스」인이 술을 많이 마시는 까닭은 첫째 근무처에서의 불만, 둘째로 가정생활에서의 피로 때문이라고 동지는 밝히고 있다.
소련에서도「알콜」중독은 가장 큰 두통거리의 하나가 되어있다.「흐루시초프」는 술값을 껑충 올려놓고 또 술 판매를 제한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려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실패로 돌아갔다. 오히려 술 소비량은 더 늘기만 했다. 소련 시민들이 술을 즐기는 이유는 알만도 하다.
우선 여가는 늘어나는데 달리 소일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국세청에서 최근에 발표한 바에 의하면, 지난 1년 동안의 술 소비량이 줄어들었다 한다.
말이 줄어든 것이지, 가령 막걸리 하나만 마셔도 연간 1인당 39ℓ씩 이나 마신 폭이 된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세계에서도 수위를 다툴만한 주당들이라는 얘기가 된다.
하기야 다소 위안이 될 거리는 있다.
막걸리의「알콜」도는 8도 내외,「프랑스」인이 주로 마시는 포도주는 13도 내외, 그리고 미국인의「위스키」는 37도가 넘는다. 그러니까 실질적으로는 미국인보다는 훨씬 덜 마시는 폭이 된다.
애써 이렇게 눌러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독일인이 즐겨 마시는 맥주는 4도밖에 안 된다. 특히 술값으로 지출하는 돈이 우리네 GNP의 2·5%나 된다고 생각하면 분에 넘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막걸리와 소주만 늘었지, 다른 주류의 소비량은 크게 줄어들었다. 비싼 술은 덜 마시고 싼 술만 더 마시게 됐다는 얘기가 됐다.
좋게 보면 소비생활의 건전화구호가 효과를 거둔 탓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나쁘게 보면 불경기 탓으로 사람들의 호주머니가 그만큼 가벼워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불경기 탓이라면, 그런데도 막걸리 소비량이 는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술집으로 발길을 돌리게 하는 이유들이 그만큼 늘어갔다는 얘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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