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내 탓이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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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되면 제 탓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있다.

일이 잘못됐을 때 핑계나 구실을 대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을 피해보려는 의도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이 문장의 '잘되면 제 탓'은 '잘되면 제 덕'으로 고쳐 써야 한다.

'탓'은 주로 부정적인 현상이 원인으로, 핑계.원망.책임전가의 뜻이 있으며, 덕(德)은 도덕적이며 너그러워 은혜를 준 대상에게 감사함을 표시하는 뜻이 있다. "이라크 전쟁 탓에 세계경기가 엉망이다" "선생님 덕에 저의 오늘이 있습니다" 등이 그 예다.

잘못 쓰인 예."폭우로 경기가 연기된 탓에 오늘 경기는 활력이 있다"는 글에서 폭우가 결과적으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니'탓'이 아니라'덕'이 돼야 한다.

헷갈리는 예. "희소성 탓에 부르는 게 값이다"는 사고파는 사람 중 어느 쪽이 하는 이야기냐에 따라 달라진다. 파는 사람에겐 희소성 '덕'에 값이 올라 이익이 되겠지만 사는 사람에겐 희소성 '탓'에 값이 올라 손해가 된다.

남의 탓만 하지 말고 자신의 덕을 쌓자.

종교계에서 주창하는 '내 탓이오' 란 구호는 표기도 바르거니와 잔잔하게 우리의 마음에 와닿는 좋은 말이다.

김준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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