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직공의 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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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다른 학생들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한다고 무척 기뻐하던 그때 나는 진학을 포기하고 얼마나 슬퍼했는지 모른다.
소녀의 푸른 꿈을 앗아 가버린 가난을 원망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때의 그 슬픔도 하나의 추억으로 되어버렸다.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슬픈 마음을 달래면서 여 직공으로 일 한지도 벌써 5년이 되었다. 고달픔도 많고 선배 직공들의 꾸지람도 많았던 5년, 그러나 결코 후회는 하지 않는다.
5년이란 세월이 나를 하나의 기술자로, 또한 나를 충실한 직장 여성으로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이제 1972년도 저물어간다. 이해가 저물고 새해가 되면 나는 한 계급 승진하여 반장이 된다. 모든 직공들이 부러워하는 반장이 되기 위해서 나는 얼마나 많은 피땀을 흘렸던가, 생각하면 참으로 어려운 고난 길이었다. 역시 사람은 어려운 고난 길을 굳세게 헤쳐 가야만이 성공할 수 있은 모양이다.
일반 직공들에 비해 고달프기도 덜하고 월급도 많은 반장이 되면 나의 책임은 더욱 무거워지겠지만 반면에 나의 희망은 한층 더 커지리라.
가난한 집안을 돕기 위해서 한달에 기껏 3천원 밖에는 저축을 할 수 없었던 나는 5∼6천원을 저축할 수 있고 어머니한테도 좀더 많은 생활비를 드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여직공은 얼마 남지 않은 승급 날을 기다리며 한없이 부푼 꿈을 안고 더욱더 충실하게 일해보자고 다짐해 보는 것이다.
곽종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1가 655의 163 9통4반 정백진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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