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弗중 3억弗 행방 못찾아 北송금 배달사고說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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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송금 사건에 대한 특검 실시를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청와대 간의 삼각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대북 송금 상당액이 배달사고가 났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남측에서 보냈다고 하는 돈과 북측이 받았다는 액수가 다르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대표권한대행은 10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朴대행의 회담 성사를 위해 당사를 방문한 유인태(柳寅泰)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이를 언급했다.

柳수석이 "특검을 하면 남북채널이 끊긴다"고 하자 朴대행은 "항간에 일부 돈이 증발했다는 소문이 있어 이를 밝히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보다 사흘 전인 지난 7일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총무도 비슷한 얘길 했다. 李총무는 라종일(羅鍾一)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의 대북 비밀접촉 문제를 거론하던 중 "2000년 정상회담 직전 북한 조광무역 박자병 명의로 마카오 지점에 입금한 2억 달러를 북한 측이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이 이를 조사하면 망신을 당할까봐 羅보좌관이 뒤늦게 북한 측과 접촉한 게 아니냐"고 했다.

고위 당직자들의 이같은 발언이 이어지는 데 대해 당의 한 소식통은 "나름대로 파악한 정보가 바탕"이라며 "대북 송금 과정에서 배달사고가 났다는 제보가 최근 입수됐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그 근거의 하나로 김대중 정부가 밝힌 대북 송금액 5억 달러 중 2억 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3억 달러에 대해 아직까지 제대로 된 해명이 없다는 점을 꼽고 있다.

한나라당이 제기하는 의혹은 두 갈래다.

하나는 배달사고를 일으킨 주체가 북한 측이라는 것이다. 한 고위 당직자는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전 박지원(朴智元) 당시 문화부 장관과 접촉했던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 대북 송금 의혹이 불거진 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데 宋씨가 송금된 돈 중 일부를 착복했다는 소문이 있다"고 했다.

다른 하나는 남측에서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당초 북한에 송금하기로 한 돈의 일부가 아예 북한 측에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북 송금 관계자가 관련됐을 가능성과 함께 이 돈이 여권의 정치자금으로 유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여권에서도 "DJ(金大中 전 대통령)도 최근에야 이런 사실을 알았다더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초 특검 도입에 유연한 입장을 취하던 盧대통령 측이 최근 거부권 행사까지 검토하며 특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도 이런 속사정 때문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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