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점성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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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오늘의 소련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브레즈네프」가 아니라 아름다운 한 여 점성가이다.』 이런 색다른 얘기가 「파리」의 한 주간지에 실렸다.
혁명 이후에 소련은 온갖 점성술이나 예언을 엄금했다. 그렇지만 「러시아」는 원래가 점술이 유행하던 곳이다.
「로마노프」 왕조의 마지막날을 뒤흔들던 「라스퓨틴」 점술로 인심을 현혹시켰었다.
예언이나 점이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은 둘째치고, 사람에 따라서는 ESP (초감각적 지각)이나 PK (심령 능력)와 같은 초월적인 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부정하기도 힘들다.
물론 『미래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으며, 따라서 현재에 어느 지각할 수 있을 만한 흔적을 나타낼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 예언의 신빙성을 부정한 「로버트·투레스」 교수와 같은 과학자는 많다.
그러나 예언은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전적으로 결정론을 믿지 않는다 해도 과거의 지식이나 경험에 미루어서 제1차 대전의 종막 때, 이미 제2차 대전을 예견할 수 있었고, 「미니·스커트」에서 「롱·스커트」의 부활을 예언할 수도 있었다. 「테니슨」은 1842년에 발표한 「록슬리·홀」이라는 시에서도 상업용 항공기·공중전·공산주의혁명·「유엔」의 성립 등을 예언한바 있다.
「H·G·웰즈」도 그의 저서 『앞으로 일어날 사태』에서 독일과의 전쟁을 10년 전에 이미 예언할 수 있었다.
이렇게 보면 예언이란 전혀 허망한 것만은 아니다. 점도 마찬가지다.
가령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예언서는 1555년에 나온 「노스트라·다무스」의 책인데 여기서는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예언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풀이하기에 따라서는 현대에 대한 가장 적확한 예언으로 가득 차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더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나마의 시인 「빌기리우스」는 「아에나이드」에서 「그리스도」의 탄생을 예언했을 뿐만 아니라, 「라디오」며 통신 위성을 예견하였다고 볼 수도 있다.
점성술을 미신이라고 말하는 사람 중에도 꿈에 의한 예언만은 일소에 붙이지 못한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구약성서는 꿈 얘기로 가득 차 있으며, 이 꿈들은 단순히 현실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어느 상징적인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런 꿈을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예지적인 경험이라 보기는 그리 힘들지 않을 것이다.
소련의 점성가 「그리노바」 여사가 무슨 방법으로 예언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사회가 따분하게 느껴지거나 너무나도 불합리한 것들로 가득 차 있을 때 누구나 점술이나 예언을 통한 불가지의 세계를 찾게 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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