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경차, 7년 만에 성장세 꺾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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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늘어만 가던 경차 판매량이 7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국산 승용 경차인 기아차 모닝과 레이, 한국GM의 쉐보레 스파크 판매량은 모두 16만558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7% 감소했다. 국내 경차 시장의 성장세가 꺾인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2006년 국내 경차 시장은 스파크의 전신인 마티즈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당시에는 경차 기준이 배기량 800㏄ 이하였기 때문에 배기량 1000㏄였던 모닝은 경차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2008년 경차 기준이 배기량 1000㏄로 변경되고 모닝이 경차로 인정받게 되면서 경차 시장은 크게 성장했다. 2006년 3만9230대이던 국내 경차 판매량은 2008년 13만4303대로 단숨에 3배 이상 늘어났다. 이후 2011년 신형 경차인 레이가 출시되고 마티즈가 스파크로 이름을 바꾸면서 경차 시장은 또 한번 성장해 지난해 판매량은 20만2854대에 이르렀다.

 경차의 인기는 세계 경제위기 및 이로 인한 국내 경기 침체의 장기화와 맥을 같이한다. 2000년대 후반부터 들이닥친 경기 침체로 가격이 저렴하고 연비가 높은 차량에 대한 수요가 커졌고, 그 결과 경차는 서민들의 사랑을 받게 됐다. 이 같은 경차의 상승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연말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올해 국내 시장에서 지난해보다 8% 늘어난 21만9000여 대의 경차가 판매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경차 판매량이 갑자기 줄어들면서 이 같은 예상치는 현실화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더 나빠지면서 경차 수요층이 소비를 줄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2011년 레이의 출시 이후 신형 경차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과 경차를 대체할 만한 디젤 소형차나 준중형 차량이 많이 등장했다는 점도 경차 판매량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현대·기아차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2014 경영환경 전망’에서 “내년 경차 시장은 올해보다 1.1% 정도 늘어난 18만2000여 대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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